박꽃이 피면- 차승진 - 그대가 남기고 간 발자국 만큼여름도 오래 머물지 못하네 홍시로 익어가던 우리의 약속이그림자로 드리워지는 해거름졸음에 겨운 나무들이 성큼성큼마을로 발걸음 옮기면 어느집 대청마루 밥상의 숟가락부딪히는 소리 골목길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어둔밤 흥얼거렸던 유행가 소리 가을이 물들어 가는 저녁여름이 남긴 하얀박꽃처럼떠오르는 그 얼굴
센스- 차승진 - 아내와 동행하는달빛 흐르는 밤 사람들 발자국 소리오선지 리듬이 되고 십자가 네온 불강물에 내려와 발을 담그면 수초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왜가리와 송사리 시작도 끝도 없는 강물의 야상곡~ 낮아진 아내의 어깨나의 헐거워진 다리 덜커덩 덜커덩 3호선 지상철 소리적막한 쓸쓸함을 흔들고 그대가 뛰놀던 그 자리아내가 건너 간 오솔길 되고 선회하는 교차점 지날 때아치형 교량의 터널 무심코 몸을 밀어 넣는,그 순간! 아, 대낮처럼 환해지는 공간 일순, 아내의 한마디! 고것 참, 센스 있네...
잔치국수를 먹으며- 차승진 - 운암역 부근에서 아내와잔치국수를먹는다 수북이 담긴 국수를 앞에 놓고아내와 나는 가느다란 국수 가락에취한다 국수 한 그릇 값이 너무 착해서아내의 얼굴이 순해 보인 것인지살아온 나의 이력이 허접한 탓인지채워지지 않는 허기 때문인지, 국물 넘어가는 소리가 도망치듯급하다 테이블 바구니에 담긴 오백원짜리삶은 계란 하나도 선뜻 베풀지못하는쓸쓸함에 청양고추를 베어 물며무엇을 다짐해보는 시간, 나는 후루룩 후루룩 눈물 같은육수를목안으로 넘기며 국수그릇에잠길 듯파묻힌 아내의 얼굴을 도둑질 하듯바라본다 단돈 이천팔백원
일기장을 넘기며~친구들에게- 차승진 - 떠나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처럼새벽안개는 숲속을 서성이고 있다 밤새 마시고 소리지르며 아직은노년이길 거부하던 친구들의열정도 풀잎처럼 곤한 잠에취해있을 때 은사시나무 바람에 나부끼며아침을 열면 오늘 하루 잠깐의순간도 소중한 추억으로기억되기를 아버지가 걸어갔을 저 산마루에고운노을 물들어 아름다운배경이 되듯 또 한번 쓸쓸한 겨울이 가고봄이 오면 우리는 어느 착한 농부의손에서 뿌려지는 튼실한 씨앗으로자라 어머니가 차려주시는된장찌개 보글거리는 아침 식탁의따끈한 밥상이 되리라.
매미의 정원- 차승진 - 그늘진 숲속 매미가 운다우는지 노래하는지 더운 여름을두둥실 들어 올린다 맴.맴.맴.맴~ 소리통에서 흘러 나오는유년의 기억 아련한데, 따끈하게 달궈진 평면들이울퉁불퉁 식빵처럼 부푼다 매미는 숲에서 거대한 꿈을 꾸다가자그만 발자국 소리에도숨죽이다가 정교한 비밀의 통로에서 함축된언어의 집을 짓는다 아무도 해독할 수 없는 매미의정원! ‘그대와 나’ 사이가 그러하다면어둔밤 별빛을 모아 사랑의 시를쓰겠네 하늘을 드러내는 넓이만큼서로가 서로에게 포근한 삶의이불이 되어 다툼이 화음이 되는 매미소리 같은우리의 시원한 여름
노을이 물드는 것은- 차승진 -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풍경이된다 잡초는 묵묵히 제 가슴을 열어사람의 길을 만들고 다툼을 양보하여빗물은 바다에 이르고 나무는 잠들지 않고새들을 불러 푸른 숲이되었다 그대와 내가 엇박자의손뼉이 되어도 생의 초침은오로지 일가를 위한 화음의균형이 되었다 해질 무렵 남루한 옥상에서바라본 내가 서 있는 곳 절망을 삼킨 못다한 말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어 마침내 붉은 노을로 피어나는상처의 꽃!
옥수수 익어가는 밤에- 차승진 - 반딧불이 마실 나오는 밤 황토마당 평상에 모여 앉은가족들 장작불 타닥 거리는정지문으로 눈빛이 모인다 마을은 고요히 이부자릴 펴고몸을 누이면, 달빛은 더 가까이 다가와어깰 토닥인다 한낮의 더위를 등에 지고어머니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귓전에 멈추면, 대소쿠리 가득 모락 모락김오르는옥수수 달빛처럼 환하다 침묵했던 몸을 일으키며따끈한 옥수수가 손에 손에들리면 저음의 하모니카 소리맛있게 맛있게 입가에 울려나오고, 부엉새 부엉~부엉~ 밤하늘에퍼지면 고단했던 하루가 일제히꿈결에 젖는, 옥수수의 추억이 익어가는 밤
봉래터널을 지나며~하이원 가족여행에서- 차승진 - 휘영청 붉은 만월이 등불처럼떠있는 밤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따라헤드라이트 불을 밝히고차는 달린다 생애 기념일 같은 가족여행그 정겨운 설레임으로 칠흙의어둠이스타가 밟고 지나는 레드카펫 같아 나의 창에 비친 계수나무 옥토끼그림 같은 손주들 얼굴 가슴에 차오르는 가눌수 없는 충만! 차는 골깊은 강원도 땅위에서허리를 펴고 평온한 하이원을맞이한다 아, 더도 덜도 말고 오늘 밤만같은, 여유로운 풍광! 여행은 그리운 사람들이걸어가는 아련한 꿈속, 긴긴 봉래터널을 지나며 우리는가족이라는 이름의 깊
플랫폼에서- 차승진 - 잠깐의 풍경이 쉬어가는플랫폼 의자에 앉아 시간에취한다 쌉싸름한 커피 한모금에 잊었던기억이 몽실몽실 되살아 나듯 성령처럼 내려온 비둘기 한 마리철길위를 날아 군중속에 앉았다 누군가 수런대는 소리에 휩싸인생각들이 한곳으로 모인다 고고한 백학도 아닌 잿빛 비둘기한쪽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확인되지 못한 실체는날개를 달아 허공을 맴돌고 기차는 레일위로 들어와승객들을 황급히 끌어 당긴다 순간, 화들짝 날아 오르는비둘기의 행로~ 아,다리를 잃고도, 훨~ 훨~ 창공을 지배하는,저 비둘기의 유유한 평화!
세상의 아내들에게~마누라 전상서- 차승진 - 바람소리에도 귀기울이는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먼발치에 돌아서 있어도나의 허튼 몸짓 하나까지감지하는 그대! 한걸음 물러서 있는 나를 눈빛하나로 당겨 서게하는 그대는누구신지요 먼 길 돌아 그때 그곳으로 가면... 그 무엇이 있어, 뿌리치듯 달려온그대는 지금 어디 서있는지요 언성 높여 말하던 그때처럼 불안한조바심이 촛불처럼 흔들리게 하는그대는 누구신지요 온돌방 잠든 아들의 얼굴을쓰다듬어 주시던 울어머니 같은 지쳐 잠든 평온을 감싸안은그대는 누구신지요 차마 못다한 그때 그 얘기... 자백하듯 오
접촉~ 찬영이에게- 차승진 - 초딩 2년생 손주 찬영이와목욕탕엘 갔다 아이의 눈에서 할비의벗은 모습은 어쩔 수 없는무방비의 자유 복싱에서 상대의 기습적 잽이 허를찌르듯, 어른의 돌출된 표피에 대하여엉겁결에 던지는 아이의 한마디! 이럴땐 반듯한 순발력이아이의 호기심을 아이스크림처럼부드럽게 녹여주는데, 첫 경험은 그래서 지울 수 없는차가운 화인인가? 뜨끈한 온탕에서 아이와 큰대자로누워 서로의 생각에 잠긴다 돌아올 집이 있어 행복한여행처럼 오래 머물 수 없는온탕을 나와 냉탕에 몸을 담근다 할비를 따라 들어온 아이는깊은 욕조의 수심에 놀라
속초항 밤바다에서- 차승진 -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는내가 앉아 있는 곳이중앙이 된다 어스름 달밤 집으로 돌아가지못한 파도가 철썩 철썩 제 몸을토닥이고 있다 가로등 불밝힌 자리마다 걷어내지 못한 사건들 도둑처럼웅크리고 있다 삶의 현실이 어긋난 사람들머리위 초롱한 북극성이빛나고 있어, 서둘러 가야할 곳도 없으나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기로에서 망설임보다 절박한 미련만이등 떠미는데, 만월이 되지 않은 상현달처럼차오르는 비장한 각오 앞에서 좌표를 잃은 발걸음 부여 잡는달빛 내리는 속초항 밤바다에서
앵두나무의 비밀- 차승진 - 은밀한 유혹이 스치는 골목누군가를 감시하는 CCTV 앞 도심 콘크리트 담벼락에 앵두가익어간다 온종일 비를 맞으며앵두빛 꿈은 부풀어 갔다 줄장미가 화려하게 담장을넘어 갈 때도 바람이 얼굴을스쳐 갈 때도, 먼 기적 소리 같은그리움으로 또 하루를 보냈다 분주한 발자국 소리 어지러이지나가고, 원두커피향 추억을흔들어~ 누군가 그 길 지나며 살며시다가와 눈길 마주치면, 오랫동안 숨겨둔 가슴 속 깊은골짜기에서 울컥 울컥 솟아오르는 차마 입술로 말하지 못해발끝에서 차오르는, 못다한 사연들이 발그레 발그레얼굴에 번지는,
눈물의 의미- 차승진 -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그림이 왜 유명한지를 모르는사람들처럼 천문학적 금액을 넘나드는눈물의 의미를 모르는사람들처럼 눈물은 왜 소리를 동반하는가, 아이가 소리내어 흘리는 눈물과예쁜 소녀가 훌쩍이는 눈물과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의 소리와슬플 때 흘리는 눈물의 의미에대하여 가슴에 쌓인 정화되지 못한찌꺼기들을 훌훌 털어내 보자 완벽한 과학이 만든 정수기의 기능중에 모든걸 다 걸러내는100퍼센트정수의 효과가 아니라,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같은뜨거운 욕망을 가슴속 깊이저장해 두자 우리의 희망의 깃발이눈부신 태양아
김천시문화예술회관(관장 장귀희)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2018. 5. 30(수) 오후 7시 30분 김천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정환호&김진우의 클래식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김천시가 주관하여 국비를 지원 받아 진행하는 사업으로 이번 5월 공연은 클래식, 뉴에이지 팝을 넘나들며 폭 넓은 연주력을 가지고 피아니스트 ‘정환호’와 맑고 중우한 음색, 풍부한 성량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바리톤 ‘김진우’를 초청하였다. ‘넬라판타지아’, ‘베사
출구- 차승진 -공구 상가로 연결된 옥상 주차장주차했던 차를 몰고 화살표 방향으로 따라간다이미 봄날은 한 발짝 앞서 걸어가고그림의 배경처럼 솟아오르는숲들의 푸르름이 눈부시다상가를 연결하는 매듭을 지날 때마다가슴에 솟구치는 그리움처럼 무언가가덜커덩 덜커덩 울먹이는, 금요일 오전문득 눈앞에 나타난 직사각형 표지판청색바탕에 하얀 글씨로 쓰여진 '출구'순간, 차는 길을 따라가지만 나는,엉거주춤 갈 길을 잃는다하늘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고,햇빛은 유난히 숨어있는 얼굴을 빤히 비추며 따라오고 있었다나는 무언가를 은폐하려 했지만,
호랑이 눈 김국래 사람 못 본 지 구십육 년굶주린 호랑이사람 사는 동네 담 뒤에 숨어때마침 아이 울음소리 창틈으로 새 나오는 말"계속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엄마 호랑이가 어디있어"아이는 계속 아 앙 앙앙지친 어머니 우는 입에 곶감 넣어 주니울음 뚝! 어 허허탕이네 아이 배고파내일 상주 장날나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란 놈어떤 맛일까 사 먹어 봐야겠다. 아련한 곶감에 밤샌 호랑이곶감이 된 눈
그래도 김차순 감정에 베었던 가슴 그래도 젊은 피는 흐르네 산책을 하고좋은 글 필사하고좋은 사람 만나고가끔 TV에 넋을 주고 번번이 희망번번이 슬픔번번이 으싸번번이 쓸쓸함 그래도번번이 새롭게
바다,그 그리움윤 순 열 그대 향한 떨리는 눈빛숨겨 놓은 바다 밀리는 파도를안개는 꼭 품어 안고내밀한 속살을물살에 풀어 놓는다 하얀 포말로 다가오는추억의 단추를 열면모래톱을 어루 만지는그리움의 손길 내일이면 떠나야 할마지막 기차엔비밀스럽게 보내야 할여린 계절 손 때 묻은 하얀 조각돌에는언제나 식지 않은 따스한 체온
벚꽃을 부탁해 김옥화 벚나무 숲길에봄비 내린다 바람 속에 내민가녀린 움 오랫동안 길게 간직해 보라고부디서둘러 피지 말라고 너의 삶 절정에 매달린 물방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