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호 순경
정광호 순경

 ‘가정’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전통적인 이미지는 따뜻함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따뜻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폭력’이라는 단어와 결합되어 뉴스를 자주 장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가정폭력이란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척,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가족 구성원이나 근친자에게 행하는 폭력적인 행위 또는 폭력에 의해 지배하는 행위 전반을 일컫는 범죄해위로서, 폭행죄 중의 하나이다. 이런 가정폭력은 단순히 폭력행위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 노인학대, 자살, 살인, 학교폭력 등 다른 폭력의 원인이 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가정에서 잦은 언어폭력에 노출되고, 부모간 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정폭력도 대물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기에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라서 폭력남편, 폭력아빠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현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여 가정폭력을 “4대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는 것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우리 경찰도 가정폭력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경찰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최우선 출동 신고로 배정하여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신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출입조사권을 가지고 해당 가정에 들어가서 폭력행위 제지, 가·피해자 분리 수사, 상담소 및 의료기관 인도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피해자권리고지서를 배부하여 피해자를 위한 여러 권리를 안내하고 있다. 긴급한 경우에는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도 가능하다. 또한 가정폭력전담경찰관으로 하여금 피해자 상황에 맞는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재발 우려가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을 단순히 집안일이거나 사소한 가정사로 치부해 왔었다. 그래서 가정폭력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겪은 피해자도 경찰이나 상담소와 같은 외부기관에 알리기보다는 가정 내에서 해결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 신고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덮어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고 더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국 가정폭력은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피해자 본인이나 주변에서 적극적인 신고로 대처하는 것이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예전에는 가정의 화목을 빌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한자성어를 걸어두는 가정이 많이 있었다. 현재에도 이 말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가폭만폭성(家暴萬暴成:가정폭력으로부터 모든 폭력이 이루어진다)’라는 말도 같이 걸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삼덕지구대 4팀 순경 정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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