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

김 설 희

 

벌어진 입술 속,

혀의 길이를 측정하고

발음을 고르는 혀의 움직임을

번져가는 겨울 바람이 주시한다

 

너의 발은 눈 속에 묻혀 있다

 

눈물흘리지 않는 너의 깊이에다

내 무릎을 대고 너와 키를 맞추고 싶다

무릎이 시리도록 너의 주위를 맴돌다

너의 명암을 내 맘대로 조절하고 싶다

 

너의 사방을 따라 나도 사방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싶다

잘 행구어진 햇살이 너의 얼굴에 얹힐 때

문득 살아나는 너의 얼굴 속에 갇히고 싶다

 

그때 너는

차가움 속에서 삶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심지로

나의 꽃으로 살아난다

 

내가 너라는 우주 한 포기 가만히 보듬어 온 날

손이 얼고

발이 얼고

입이 얼어붙었다

 

 

김설희 시인 프로필

김설희 시인
김설희 시인

 

 

 

 

 

 

 

숲문학회 회원

2014 계간지 리토피아 신인상으로 등단

2017 시집 “산이 건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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