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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2월에 피는 꽃고순덕의 생활수기 시리즈 31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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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6  0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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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피는 꽃

고 순 덕

   
▲ 고순덕

 입춘추위가 제대로 한 방 먹인다. 이렇게나 추운데 봄이 오기는 할까? 하지만 시간만 지나면 봄이 온다고 하니, 그 기다림의 시간이 2월이 아닐까 싶다. 열두 달 중 짧은 2월은 유난히도 바쁜 달이다. 졸업이 있고, 입학을 비롯한 새 학기 준비를 해야 하는 달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삿짐이 오가는 달이고, 가방이나 운동화, 옷가게와 학원가가 붐비는 달이다. 특히나 올해는 설까지 중간에 끼어있어 더욱 분주한 2월인 듯하다.

 유치원도 다니지 않은 내가 처음 학교 입학을 앞두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제일 예쁜 옷을 입고, 기대에 부풀어 간 입학식 첫 날부터 울었던 기억밖에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난 아버지와 함께 국민학교 입학식엘 갔었는데,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하고, 1·2·3반 각 반에 맞는 빨강, 노랑, 파란 깃발을 따라 부모님과 떨어져 교실로 향했다. 그 곳에서 올망졸망 50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모여 담임선생님과 인사하고, 앞으로 학교생활에 대한 주의사항과 준비물을 전달 받았던 것 같다. 낮선 곳에서 부모님과 처음 떨어졌고, 선생님께 전달받은 쪽지나 준비물들을 빨리 얘기하고 싶어 아이들은 교실밖에 있는 엄마를 찾아 전투적으로 교실을 빠져 나갔다.

   
 

 그러던 중 교실 문을 나오다가 뒤에 오던 친구에게 밀려 넘어졌다. 그 때도 추웠을 날씨, 맨바닥에 넘어지면서 얼마나 아프고 서럽던지 엉엉 울었다.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엄마~ 엄마아~~~”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학생으로서 나의 첫 준비물은 가슴에 손수건과 반을 표시하는 빨간 리본 달고 오기. 그리고 글자 연습을 위한 연습장과 빨강, 파랑 색연필 이었다. 요즘은 예쁜 연습장도 많고, 또 글씨를 모르고 학교에 가는 아이는 없지만 우리 때는 그랬다. 검은색 흑표지에 연습장이라고 써 붙이고, 누우런 8절지에 못으로 구멍을 뚫어 철끈으로 묶어 그 옆에 빨간색과 파란색이 반반인 색연필을 달아맸다.

   
 

 그리고 긴 끈을 한 번 더, 그걸 어깨에 대각선으로 둘러매고 다음 날부터는 언니와 오빠를 따라서 혼자 학교에 갔다. 다른 친구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엄마 손을 잡고 오기도 했지만 난 같은 마을 친구와 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학교에서는 처음 연습장에 색연필로 줄 귿기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꼬불꼬불 내나 산모양도 그리고, 뱅글뱅글 나선모양도 그리고..... 기역, 니은, 가, 나, 다는 그러고도 한 참 나중(다음)에 배웠다.

 그렇게 입학을 한 지 5년. 6학년 언니 오빠들의 졸업식이 있던 2월 어느 날. 난 4,5,6학년과 내외 귀빈 학부모가 모인 자리에서 언니 오빠들을 떠나보내는 송사를 읽고 있었다. 예쁘게 입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새 옷을 사 달라 엄마를 졸랐지만, 내 졸업도 아니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 대신 엄마는 마을 언니의 한복을 빌려다 주었고, 마음에는 들었지만 치마가 짧아 신경이 쓰였다. 발표하는 내내 빌려 입은 짧은치마 티를 안내려고 무릅을 굽히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리는 저리고, 앞에서는 훌쩍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고통 때문인지, 언니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움 때문인지 촉촉하게 떨리는 내 음성이 감동을 준 모양이다.

 요즘은 졸업식장에 생화가 대부분이고 간혹 생화보다 더 생화같은 조화가 보이지만 그 때의 졸업식엔 목에 거는 반짝이와 사철나무가 어우러진 조화가 인기였다. 졸업장통도 선물로 인기였고, 상품은 옥편이나 영어사전, 앨범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점심은 부잣집 아이들만 자장면을 먹으러 갔었다. 난 그냥 집으로.....

   
 
   
 

 

 

 

 

 

 

 

 2월에 학교 가는 길은 정말 싫었다. 개학과 졸업식 반편성하고 다시 봄방학 그리고 입학식. 엄동설한에 십리 길을 걸어 며칠을 다니다 말고, 다니다 쉬고 ‘이럴 거면 차라리 몰아서 방학을 하지......’ 투덜거리면서도 즐겁게 학교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방학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내 서로 편지를 주고받거나 왕래는커녕 전화 통화도 쉽지 않았던 그 시절. 그러나 열흘 남짓한 짧은 개학기간을 마치고, 다시 봄방학과 새 학기를 앞두고 반편성을 하면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냐 아니냐에 따라 마치 이산의 아픔인 양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던 어릴 적 동무들 지금은 희끗희끗 흰머리 염색하고, 아들딸 대학등록 걱정하는 중년이 되어 있겠지? 그 친구들에게 내가 젤로 좋아하는 입춘방 하나 전하고 싶다.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며칠 짧은 달 이어서인지 아님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서인지 더 바쁘게 느껴지는 2월은 봄을 기다리는 마지막 문턱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기분이다. 1월1일의 다짐이 흐려졌다면 설을 기점으로 다시 다져보고, 새 학기를 앞 둔 학우들은 또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얻고, 정월 보름이 지나면 들판에도 새 농사를 위한 경운기, 트렉터 소리 요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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