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집에서

송찬호

 

사내는 두부를 먹다 목이 메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

맨 두부를 먹는 것처럼

사내는 또 목이 메네

 

이제 이렇게 말하려네

단단한 두부의 어깨

단단한 두부의 주먹

반듯하고 각진 두부 한 모의 체적은 벌써 죽어 버렸다고

 

이게 뭔가,

뜨끈하고 물렁하게 덥혀 나온 두부를

한 젓가락씩 볶은 김치를 얹어 먹는 일

마치, 두부에게 신체포기각서를 받으러 온 것같이

 

모란에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집어삼킨

거위를 붙잡아 묶어 놓은 것같이

이게 뭔가, 마루 끝에 앉아 종일

거위 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같이

 

허리 구부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한낮

바람조차 소슬하다네

모퉁이 두부집에서

한때 날리던 이름이 깡패두부를 먹어 보는 일

 

 

송찬호 시인
송찬호 시인

송찬호 약력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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