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친구야!!!

고 순 덕

 갑작스레 때 아닌 눈도 쏟아지고, 바람도 세차더니 이젠 겨울도 별 도리 없는지 완연한 봄기운에 목련이 날개짓을 시작한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아래 만개한 하얀 목련은 내 눈엔 잘 접어진 종이학이 날개짓을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초딩시절 촌아이답지 않게 유난히 동그랗고 큰 눈, 뽀얀 얼굴을 가졌던 단짝 금희의 얼굴이 생각난다.

 
 

 금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 때까지 같은 반을 했고, ‘푸른하늘 은~은~하수 하~얀 족배~에~~......’ 노래에 손벽을 마주치며 놀 때 나와 가장 잘 맞고, 힘차던 친구. 금희와 하면 몇 번을 반복해도 틀리지 않았고, 박수 소리도 컸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박자는 점점 빨라지고, 손바닥은 벌겋게 불이 났다. 그래서 그럴수록 더 재미있었다. 많은 날 나의 일기장에 “금희와 놀았다. 참 재미있었다.” 가 쓰여졌다. 하지만 금희는 5학년 땐가? 6학년 때 전학을 가 버렸고, 그 후로는 연락을 주고받은 일도, 본 일도 없다. 그래서인가 더 생각나고 그리운 친구. 자그맣고 당찼던 친구 금희.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친구를 찾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추억들을 얘기하며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를 찾아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던, 나도 그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찾고 싶었던 친구가 금희다.

 
 

 처음 학교란 곳엘 가면서부터 지금껏 살면서 참 많은 짝꿍들이 있었다. 가장 처음 짝꿍은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남자아이였는데 책상가운데 금을 그어놓고 영역을 표시했다. 그리고는 지우개던 연필이던 무조건 넘어오면 다 자신의 것이라며 일방적인 규칙을 만들었다. 설마 했는데 어느 날 연필이 굴러가고, 지우개가 금을 밟으면 매몰차게 빼앗아 가 버렸다. 처음엔 그냥 돌려 달라고 해 보다가, 세차게 저항도 해 보고, 울기도 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기로 했잖아 하며 일방적이게 통보한 규칙을 얘기했다.

 그럼 별 도리 없지. 나도 똑같이 하는 수 밖에....... 하지만 짝꿍의 물건은 좀처럼 넘어 오지 않았고, 어쩌다 넘어온 것은 작은 주먹을 야무지게 내보이며, “이기 씨 디질래?” 빼앗을 가치도 없는 몽당연필 하나 때문에 목숨을 내 놓을 수는 없었다. 찍소리 한 번 못하고 돌려 줘야 했다. 이런 일은 아마도 나만의 추억은 아닐 거다. 그 시절 초록의 2인용 책상 가운데 칼자욱의 금들이 심심잖게 있었던 걸 보면 말이다. 누군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그 친구 그런 방법으로 땅 장사를 했으면 아마 재벌이 되었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에 혼자 웃음지어 본다.

 그와 반대로 또렷이 기억하는 짝꿍 고재영! 재영이는 4학년 때 짝꿍이었다. 키가 작은 건 아니지만 남자아이치고는 체구가 작고 약해 보이는 재영이는 특별한 곳이 있었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친구의 방광시계는 정확했다. 수업 중 변의를 느끼면 손을 들고 “선생님 화장실 갔다와도 되요?” 하고 다녀오던 시절, 친구 재영이는 쑥스러움이 많은지 절대 손을 들지 않고 변의를 참았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두 번쯤 ‘오줌마려.’ 하다가 ‘아~ 못 참겠다!’ 다급함이 느껴져 “야 말하고 가.”하면 앞을 부여잡고 “아니 개안아여.”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번 더 “쓰흡. 아! 씨이~~” 하면 “땡땡 땡땡!” 마침 종이 울린다. 친구는 둘째시간, 넷째시간, 다섯째 시간을 마칠 때면 늘 그랬다.

 
 

 그래서 교내 백일장이 있던 날, 이 글감으로 동시를 썼다. “내 짝꿍은 오줌보가 작나 봐요.....” 글은 시화로 그려져 우리가 앉은 옆 기둥에 걸렸다. 재영인 부끄러워했고, 난 자랑스러웠다. 사춘기가 되면서 참 미안한 일 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미안하다 말하지 못했는데 내 평생 재영이에게 그 사과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재영이는 古고재영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재영이는 착했고,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에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재영아 내가 옛날부터 미안해하는 거 알지? 근데 지금은 괜찮은거야?” 짖궂은 질문을 다시 던져도 빙그레 웃어 줄 친구.

 보고 싶다 친구들. 한 마을에 살았고, 가장 친했으면서도 지금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 사춘기시절 혼자 좋아했던 이웃학교 남자친구, 조용하고 예쁘고 공부도 잘해 나의 우상이던 친구, 고등학교시절 탑이었고 젤 친했던 전학 간 친구, 웅변대회 나의 적수였던 친구.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포근한 날씨 탓인지 마음도 녹지근해 지면서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보고 싶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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