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의 비밀

- 차승진 -

 

은밀한 유혹이 스치는 골목

누군가를 감시하는 CCTV 앞

 

도심 콘크리트 담벼락에 앵두가

익어간다

 

온종일 비를 맞으며

앵두빛 꿈은 부풀어 갔다

 

줄장미가 화려하게 담장을

넘어 갈 때도 바람이 얼굴을

스쳐 갈 때도,

 

먼 기적 소리 같은

그리움으로 또 하루를 보냈다

 

분주한 발자국 소리 어지러이

지나가고, 원두커피향 추억을

흔들어~

 

누군가 그 길 지나며 살며시

다가와 눈길 마주치면,

 

오랫동안 숨겨둔 가슴 속 깊은

골짜기에서 울컥 울컥 솟아오르는

 

차마 입술로 말하지 못해

발끝에서 차오르는,

 

못다한 사연들이 발그레 발그레

얼굴에 번지는, 앵두나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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