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물드는 것은

- 차승진 -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풍경이

된다

 

잡초는 묵묵히 제 가슴을 열어

사람의 길을 만들고

 

다툼을 양보하여

빗물은 바다에 이르고

 

나무는 잠들지 않고

새들을 불러 푸른 숲이

되었다

 

그대와 내가 엇박자의

손뼉이 되어도 생의 초침은

오로지 일가를 위한 화음의

균형이 되었다

 

해질 무렵 남루한 옥상에서

바라본 내가 서 있는 곳

 

절망을 삼킨 못다한 말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어

 

마침내 붉은 노을로 피어나는

상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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