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이 피면

- 차승진 -

 

그대가 남기고 간 발자국 만큼

여름도 오래 머물지 못하네

 

홍시로 익어가던 우리의 약속이

그림자로 드리워지는 해거름

졸음에 겨운 나무들이 성큼성큼

마을로 발걸음 옮기면

 

어느집 대청마루 밥상의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골목길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어둔밤 흥얼거렸던 유행가 소리

 

가을이 물들어 가는 저녁

여름이 남긴 하얀박꽃처럼

떠오르는 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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