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의 편지

- 차승진 -

 

 

온통 가을빛으로 물드는 세상엔

바람 소리마저 고요히 젖어듭니다

 

어줍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내 마음은 노란 은행잎으로

흔들립니다

 

당신과 나란히 걷던 어느 날

우린 서로 아무런 말은 없었지만

 

숨겨진 행간 속엔 밤하늘 별빛보다

찬란한 무엇이 가슴에 내려와

단풍보다 뜨겁게 물들고

있었지요

 

가끔 호수에는 물그림자 일렁이고

흐르는 구름이 멈칫 거리며 우릴

내려 보곤 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또 내일의

세상을 밝히겠지만,

 

당신과 마주하는 그 순간은

아마도 동해의 일출만큼이나

눈부시게 내 가슴을 관통

하겠지요

 

모든 길은 당신의 발걸음으로

열리고 가을 풀벌레 소리에도

꽃들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아, 당신으로 인하여 하루는

저물겠지만,

 

오늘을 행한 모든 것들은

오로지 당신의 이름으로

어둔 밤을 밝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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