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차승진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오곡 익어 가는 남국의 햇빛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가로수 붉은 울음 같은 단풍잎 몸부림처럼
늘 깨어 있는 얼굴 되게 하소서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뙤약볕 불길처럼 일렁이는 여름날 들 녘
그늘에 잠든 아들 바라보며 부채질 해주는
어머니의 손결이게 하소서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바람이 얼굴을 애무하며 흔적 없는 사랑을 하듯
내 이웃 내 가족을 위해 쉼 없이 흐르는 계곡물처럼
한결 같은 마음이게 하소서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낮엔 태양과 밤엔 달빛과 은밀한 속삭임으로
제 몸 부풀리며 사람들 식탁에 오른 과일처럼
편협하지 않는 예쁜 마음이게 하소서
주여,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어린아이 걸음마 배우듯 비틀거리며
언젠가 제 몸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변해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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