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에서

차승진

 

사랑방 냄새가 친숙한 동네 목욕탕 옷장 앞에서

나의 겉치레를 벗는다.

 

알몸은 신분을 지우고 체면도 지우고

모든 일상을 내려놓는다.

 

따스한 물줄기가 벗은 몸을 어루만지며

쌓였던 시름을 발아래 흘려보낸다.

 

남향으로 한줄기 빛이 비둘기처럼 내릴 때

타원형 욕조엔 등 굽은 노인들이 참회하듯,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살아갈 날을 셈하고 있다.

 

수증기 머금은 플라스틱 천정

방울방울 물방울들 목욕탕 풍경을 몰래카메라에 담고

 

탄력을 잃은 노인의 뱃살과 묘지처럼 돋아난 검은 저승 점

 

어쩔 수 없이 돌아갈 시간들이

버티다가, 버텨보다가 힘없이 낙하 하는 인생의 한 방울 수증기!

 

톡!~

 

욕탕 속으로 힘없이 풀어지는 한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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