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끝에서

차승진

 

일본 북해도 눈이 내린다

 

아내와 버스 차창을 바라본다

눈 덮인 낯선 땅 풍경들이

말을 걸어온다

"낯설어 마라, 서러워 마라,"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샘물

되는 것,

 

어두운 기억처럼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릴 땐 어머니가 나의 전신이었고,

지금은 동행한 아내가 어느새 나의 어머니가

되어있었다

 

옷깃을 여며주고, 맛있는 반찬을

입에 넣어주고, 행동이 굼뜨면

알아듣게 고쳐 잡아주는,

나의 따뜻한 장갑이 되었다

 

기념품점에서 수중에 맞는

상품을 잡으며 흡족해하는

모성母性

 

내가 해야 할 무엇이 없어 가슴

한쪽 한겨울 문풍지 떨듯,

소리 한 번 낼 수 없는 쓸쓸한 빈손

 

이제 와 돌아보면

수명이 다된 배터리처럼

언젠가 어디서 버벅거리다

멈추는 방전된 시간 앞에서

 

나는 흐려진 안경을 닦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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