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차승진

 

늦은 밤 기차 안에서

시를 쓴다

 

나보다 먼저 앉은 옆자리

그 사람

 

어둠 속 달려가는

기차는 지나온 풍경을 지우고,

나는 짧은 시간을 붙들고

펼쳐진 생각들의 조각을 모으며

시를 쓴다

 

일 센티미터 거리에

앉은, 그 사람이 열어놓은 문

앞에서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시를 쓴다

 

무언가 토해내야 할 언어들이

기억 속에 덜컹거리고

이제는 머무를 수 없는

한 뼘의 순간!

 

수많은 눈동자를 남기고

작별해야 하는,

 

못다 쓴 행간 속,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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