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안장수 사무국장
상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안장수 사무국장

을미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달과 인간의 운세를 주관하는 천지신명께 아뢰옵니다.

상산벌 너머 동녘 식산 언저리 위 정월대보름달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둥실’이란 의태어가 오늘 따라 지극히 상투적인 것 같습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라기엔 사흘에 한번 피죽도 끓여먹지 못한 어린애 얼굴 같습니다. 수척한 자태가 좀은 애처롭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환한 얼굴 대보름달을 기대하였지요. 아침 뉴스에서 맑고 밝은 달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상앵커의 환한 얼굴이 보름달 같아보였거든요.

달도 슬프거나 참혹한 소식을 들을 때면, 빛을 스스로 감춘답니다. 오늘 아침 일곱시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얼굴과 팔을 피범벅으로 난자당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제1회 전국동시조합선거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선거의 조합이 아니라 돈봉투 수수, 고소고발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한달여 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입장에서 세월호란 달은 아직 진도 앞 바다에서 은쟁반처럼 교교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일거라요.

양띠 해 대보름 달님이시여

앞으로 엿새 남은 조합장선거가 지금부터라도 금품 수수, 고소·고발이 그쳐 국민에게 상처주지 않게 하소서. 더 이상 말이에요.

또한 우리 주위에서 생활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병고와 외로움과 결핍 속에서 위로받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은은한 빛 비추소서

일시적이거나 습관적인 과오로 징벌 받는 감옥에 갇힌 자들에게도 재생의 길 열어주소서. 함께 달집태우기하며 연 날리게 하소서.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한겨례 동포들이 산자수명한 한반도를 자유로이 내왕하며 서로 반가운 악수, 뜨거운 포옹 나누게 하소서.

세계화 시대에 멀리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에서 온 다문화가족들과 ‘세계는 하나’라며 오곡밥과 귀밝이 술 나눠 마시게 하소서.

저 개인적으로 604일 째 맞은 어머니 돌아가신 날, 경건하고 자연의 섭리로 돌아가는 , 죽음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삶 살게 하소서. 이 땅 부모님 희생과 사랑의 묘약, 이 땅에서의 고단함과 비애가 하늘나라에서는 평안과 안식 되게 하소서.

내일은 경칩, 개구리 뛰어오르는 도약이게 하소서.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온 제1회 동시조합장선거. 우리 경상도 상주고을 뿐만 아니라 온누리가 벼꽃 피고 청포도 익는 인삼 향기 농밀한 농민의 축제. 양들 소들 우수마발 가축들의 향연, 연비어약 물고기들의 환호작약, 산과 들 나무들도 두 손 벌려 참 생명 참 평화의 조합선거 되게 하소서

이백 시선의 ‘정야사(靜夜思)’란 시구가 생각나네요.

擧頭望山月 거두망산월 (고개 들어 산 위 달 바라보고)

低頭思故鄕 저두사고향 (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오늘 초저녁 식산 위에 떠오른 정월 대보름달을 바라보다 왠지 상념에 젖었나봅니다.

양력 정월 초순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임직원 함께 흰 눈 덮인 갑장산에 올라 조합장선거 공명선거 시산제 올린 지 두 달 즈음에 맞는 을미 정월 대보름날 저녁.

저희 상주시선관위 직원들 밤 아홉시를 기해 사무실 이층 옥상에 돗자리 깔고 이렇듯 보름달 바라보며 절 올립니다. 어릴적 상주사벌배미기 뒷동산 방구에서 할머니가 소지불 올리며 정월보름달에 무릎 닳도록 절하셨듯이 그렇게요.

음복으로 한잔 마신 막걸리. 막걸러라 그런지 막 흥취 돋우어 울적한 심사 봄기운에 삽상하니 개운하게 되네요.

달님이여,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만 보지 마시고, 위에 읊은 애잔한 노래 귀담아 들어주셔요. 특히 한마다만 더 할게요.

엿새 앞으로 다가온 조합장선거 그래도 ‘깨끗한 선거’였노라 노래 부르게 하소서.

저희들 작은 노력 정성이 조합장선거 밝은 미래 환한 달빛 비추잖아요.

휘영청 밝은 달이 ‘너와 나’ ‘나와 너’ 함께, 서로 비추며 따뜻하고 환한 세상 살아가게 밝은 길로 이끌어 주시길 빕니다. 붓 움직일 한지가 모자라 이만 하직인사 바치옵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상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안장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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