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차승진
새벽 아침
전화가 왔다.
오래 타던 차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폐차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수십 년 함께했던 나의 정겨운 친구
그가 낯선 타인에 의해 끌려간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지하 주차장으로
간다.
낡음에 대하여 처음 생각해보는 이 순간
그것이 나의 허접한 삶인 것 같아
문득 가슴이 허~하다.
임종을 보지 못한 자녀처럼 인사도 못 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내가 참 한심스러워
출근을 서두르는데,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다는 장면인데,
뭔가 한마디 해야 했다.
“차에게 인사도 못 해서 정말 미안하네….”
……그동안 참 고마웠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당신은 내가 아파 병원에 수술할 때도 회사에 있었으면서….”
.......
헤어짐은, 정든 집을 떠나는 마지막 언덕을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
쓸쓸할 때 나의 휴식처가 되어준 그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수취인 불명不明이 될지라도…….
변해철 편집국장
ynt@yn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