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차승진

 

어쩌다 농담으로 한 마디 던진 게

말다툼으로 번지는 불같은 사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 같은 사이

 

그러다가 휴대폰 벨이 울리고

우리집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

아내의 심상찮은 급격한 저음,

그렇게 막막했던 수학문제가 봄날에

얼음 풀리듯 사르르 닫힌 문

싱겁게 열리는, 그런 사이

 

모처럼의 드라이버길

신나게 콧노래 부르며

속도를 높이면,

땡벌처럼 무망 질에 탁! 쏘아

부치는 그런 사이

 

늦은 밤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방에 들면, 자는 척 감은 눈으로

슬며시 돌아눕는,

 

어머니 같은 그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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