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꽃밭
차승진
동. 남쪽 햇살 드는 창가에 아내의
꽃밭이 있습니다.
티브이 켜진 거실에 가족들 모여 앉아
밤 이슥토록 브라운관 불빛만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 아내의 꽃밭에
밤새 핀 벚꽃처럼 야생화 꽃 등불
일제히 켜졌습니다.
하늘 향한 천상초, 보라색 깨 눈이, 종지 제비꽃, 나도 부추 꽃,
아내의 가슴 속 저장된 은밀한 계획들이
희망의 파스텔 빛으로 동동 떠오릅니다.
골 깊은 지리산이나, 해풍 부는 남해 금산 자락을
스쳐 온 금빛 햇살이 아내의 꽃밭으로
찾아 왔습니다.
오랜 습관으로 등 돌려 자던 아내의 뒷모습이
돌아가는 팽이처럼 제 자리를 잡습니다.
야생화 작은 줄기마다, 유치원 아이들 같은
꽃들이 아내의 가녀린 희망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황금빛 머무는 아내의 꽃밭엔
시들지 않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 집 온 가족을 따스하게 불 밝히는 희망의
꽃밭이 있습니다.
야생화 향기 그윽한 아내의 꽃밭이 있습니다.
변해철 편집국장
ynt@yn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