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22 월 08:47
> 오피니언 > 문학
[화요문학] 눈병은 예쁜 눈을 좋아하나?고순덕의 생활수기98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6.20  17:02:23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눈병은 예쁜 눈을 좋아하나?

고 순 덕

 

열심히 휴일을 지낸 직장인에게 출근하기 힘든 월요병이 있다면, 난 직장의 특성상 화요병이 있다. 라디오를 들으며 운전하는 출근길. 진행자가 문자 청취자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읽어준다.

처음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지난 주말 아버지에게서 눈병이 옮았다.”

확 바뀐 희망찬 목소리로, “와 학교 가지 않아도 된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도 눈병 걸리고 싶다......’

아니지 눈병은 절대 안 되. 그만큼 고생했으면 되지 또...... 실은 지난 달 작은 부주의로 케이블로 눈을 세게 부딪치는 일이 있었다. 눈 안에서 출혈이 심했고, 일주일 내 다시 출혈이 될 확률이 높은데 그럼 실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 일주일 정도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때만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눈을 감고 있으라는 처방을 받았다. 다친 눈만 가리거나 눈을 감은 채 눈알을 굴리는 일도 위험하다고 했다. 갑갑하고 두려웠다. 눈을 부딪는 순간 눈앞에 별이 보이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한참을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살며시 눈을 떠 보았을 때는 세상이 뿌옇게 흐려 보였다. 최악의 사태를 이야기 해 주시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전혀 협박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침 셋째가 집에 와 있어서 다행이었다. 모든 수발을 셋째가 들어주었다. 운전도 할 수 없어 진료 후 지인에게 부탁해 귀가했고, 다음 날 진료 때도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단체손님의 요청으로 그 눈을 해서 잠시 출근을 했고, 해설을 하면서도 연신 식은땀이 흐르고 두려웠다. 그러니 이젠 눈병 따윈 다시 들고 싶지 않다.

   
 

다시 라디오로 돌아와 진행자가 킥킥거리며 하는 말

“저는 이 학생의 마음을 100%, 200% 알고 공감 합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지금도 순간 그랬지만 학교 때는 진짜 간절했었다. 배가 아프다고 조퇴하는 친구는 다음 날 등교해야 했지만, 눈병이 걸린 친구는 안대를 하고 온 다음 날 부터는 눈병이 나을 때까지 등교하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나 좋을까? 우린 눈병을 옮기 위해 친구의 눈을 빤히 바라보거나, 친구의 손을 잡기도 하고, 눈을 비빈 친구의 손으로 내 눈을 비벼주길 부탁하기도 했다.

요즘은 눈병이 특별한 계절에 유행하는 것이 아니지만, 예전엔 장마가 시작되는 유월 말, 초여름이면 눈병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 아무리 친구의 눈을 뚫어져라 보고, 손을 비벼도 눈병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나를 더욱 괴롭히고 밉게 하는 눈 다래끼가 생겨날 뿐. 눈병은 전염성이 있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눈 다래끼는 달랐다. 학교를 빼 먹는 것은 고사하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부풀어 오른 눈두덩으로 인해 아팠고, 몰골도 흉했다. 얼른 낫고 싶어 이른 아침엔 이슬 머금은 찔레 가지로 다래끼를 찔러 터트렸고, 하교 길엔 다래끼 위에 난 속눈썹을 뽑아 돌과 돌 사이에 얹어 누군가 그 돌을 차길 기다렸다. 누군가 그 돌을 차는 사람이 눈썹 주인의 다래끼를 가지고 간다고 믿었다. 신기한 것은 그러고 나면 진짜 눈 다래끼가 점차 가라앉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옛날엔 마을에 눈병이 돌면 그 마을 찔레나무에 알록달록한 끈을 메달아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라는 표식을 남겼다고 한다. 더는 눈병을 돌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간혹 빚쟁이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고도 한다. 그럼 속아주긴 했으려나?

   
 

이번 주 이야기를 눈병에 관해 쓰겠다고 하니 동생이 “눈병하면 우리 현우지!” 한다. 현우는 동생의 막내아들로 유난히 눈이 예쁘고, 아이돌 못지않은 외모와 기럭지를 자랑한다. 그런데 한창 멋을 부리기 시작하던 고1, 생활기록부와 학생증에 사용할 사진을 찍는 날에 하필 눈병이 걸려 있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눈병이 다 낫고, 다시 사진을 찍어 선생님께 사진 교체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사진은 평생 조카의 치욕으로 남았다. 또 군입대를 하고 자대 배치를 받게 되던 날, 하필 이 때 눈병 증상이 나타났고, 일주일인가 격리되어 있다가 늦게 근무지로 갔더니 꾀병 아니었냐며 괴롭힘 아닌 괴롭힘을 받았다고 했다.

유난히 눈병이 잘 걸린다는 현우. 눈 다래끼가 잘 생기는 나를 닮은 걸까? 그런 것은 닮지 않아도 되는데......

눈병은 아마도 예쁜 눈을 좋아하나 보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죠.

   

▲ 고순덕

-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 수상

- 영남투데이 생활수기 연재

변해철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37200 경상북도 상주시 중앙로 130(낙양동)202호   |  대표전화 : 054-535-0069  |  팩스 :0504-046-1517
등록번호 : 경북 아0032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변해철  |  E-mail : ynt@yntoday.co.kr
후원계좌 : 농협352-0787-9603-63(예금주 영남투데이)  |  사업자등록번호 : 511-90-61532
(본신문에 게제된 컨텐츠에 대한 모든 권리와 책임은 영남투데이에 있습니다.)
Copyright © 2019 영남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