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의 실수!

고 순 덕

 회식자리. 소곤소곤. 수군수군. 웅성웅성. 왁자지껄. 시간이 갈수록 술잔이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그러던 중 울리는 옆 사람의 전화. 무슨 통화인지 인사를 주고받는가 하더니, 짧지 않은 통화가 이어진 후 전화를 끈은 옆 사람. 방금 통화했던 상대가 누군지 모른단다. 이런......

“아니 전화번호가 입력은 안됐고, 상대는 나를 아는 것 같은데, 누구냐고 물으면 그것도 미안하잖아. 그리고 웬만하면 몇 마디 하다보만 아는데 이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어지는 전화에 얽힌 나의 실수담.

“나다!” 라며 걸려온 시어머니의 전화. 대학 친구의 목소리나 말투와 너무도 같았다.

“응 은량아!”

“야이! 나라니까!”“그래. 말해!”

“야이 나라. 엄마라!”

 신혼 초에 있었던 일. 어찌해야할지. 아찔했고 아득했다. 그저 주절주절 변명만.......

 
 

 이어지는 옆 사람의 또 다른 경험담. 군복무시절. 대학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여자 친구와 군에서 소개받은 여자 친구에게 어느 날은 같은 날 편지를 쓰게 되었단다. 그리고 날아온 소식 하나.

“잘 났다!”

 두 통의 편지 알맹이가 바뀌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미자에게 “숙희야......”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으니....... 그 실수로 핑크빛이던 군생활이 땀냄새 절은 국방색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군 교육생시절 아들도 그랬다. 무수면 훈련 중 쓰게 된 편지. 편지가 올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나중에 들려온 소식. 주소를 바꾸어 썼단다. 받는 사람에 부대주소를...... 아들은 편지가 반송되었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반송이 아니라 제대로 배달된 편지인 것을, 느린 우체통도 아니고 본인이 쓴 편지를 받은 기분이 어땠을까? 창피하기도 하고, 교관에게 정신상태가 헤이하다고 야단맞을까 얼른 찢어 버렸다고 했다. 웃프다. 우습지만 아픈 이야기. 아마 평생을 아들이 실수담으로 따라다니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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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신혼시절 이야기처럼. 결혼 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의 고향 친구가 갑자기 방문을 했다.

“지수씨. 배고파여 밥조.”

 소꿉장난하듯 사는 살림이라 딱 밥 두 공기 막 해 치웠기에 부랴부랴 압력밥솥에 밥을 안치고, 있는 반찬에 계란프라이, 된장찌개. 그렇게 급하고 간단하게 차려진 그러나 정성 가득 담은 밥상을 내었다. 남편의 친구는 흐뭇해하며 “맛있네 지수씨!”란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서너 숟가락을 떴을까? 갑자기 정색을 하며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덜그럭 거린다.

 
 

“지수씨. 이기 머라. 나한테 밥 주는기 그키 아까와여?”

“왜? 왜요?” 남편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 “야! 왜?”

밥공기 안에 납작한 간장종지가 끼어 있었다. 우째이런......

 그리고 몇 년 후 여름 어느 날. 다시 우리 집을 찾은 그 친구. 이번엔 냉면에 화이트와인을 대접했다. 이 와인은 내가 두산에 다닐 때 명절 선물로 받은 것인데 친정 다락에 묵어 있길래 가져왔었다. 예전에 한 실수도 있고, 애써 대접한 와인을 입에 댄 그 분의 반응. 똑 같았다. 몇 년 전 그 모습과

“지수씨. 이기 머라! 내가 그키 미와여?”

 화이트와인인줄 알았던 그것은 맹물. 누가 엄마 몰래 마시고, 물을 넣어 두었는데 그걸 모르고...... 난 남편의 그 친구에게 평생 고약한 지수씨로 남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외식을 했으면 되었을텐데, 왜 고생하고 인사 듣지 못 할 그런 실수를 했는지 아득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살림이 넉넉지 않아서!

 어느 날 포도밭에서 일하며 실컷 웃었던 이야기. ‘어릴 때 얼삐리하고, 누우런코 좀 흘린 아들이 잘 산다더라!’ 대표적인 예도 이구동성 제시 되었다. ‘진마이! 상림이! 밍숙이!’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 남편을 고를 때 코를 특히 누우런코를 많이 흘렸는가를 확인했어야 했었는데...... 나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일. 딸들은 넉넉하게 살았으면 하기에, 사위를 고를 때

“자네 누우런코 쫌 흘려 봤는가?”로 사위의 합격 여부를 가려야겠다며 한바탕 웃음으로 고단함을 날렸다.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이런 가벼운 실수 한 두 번 안 해 본 이는 없을 거다. 지나고 보니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면, 한바탕 웃음으로 삶의 활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흐리게 시작되는 7월이지만 마음의 하늘자리는 늘 맑은 산들바람이 불어오길 바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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