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래본 상주본
훈민정음 해래본 상주본

 최근 대법원 판결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을 가진 문화재청이 “이제 때가 됐다”며 강제 집행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화재청 도중필 안전기준과장은 16일 “오랫동안 설득의 과정을 거쳐 상주본의 행방을 묻고 회수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에도 소장자가 끝까지 버티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강제집행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이번 판단은 그간 행방이 묘연해 강제집행을 해도 소득이 없을 게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설득과 방관 논리 역시 한계에 부딪혔다는 내부적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인 배익기씨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주본의 상태를 ‘안다, 모른다’ 확답을 피한 채 “가치가 1조원인데. 그중 10분의 1을 요구하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식으로 답변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논쟁은 지난 2008년 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것과 같은 해례본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통해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문화재청의 소유권이 확인됐다.

 소유권은 확보했으나, 소재를 몰라 설득과 회유 방법을 동원했던 문화재청은 배씨의 버티기로 승산이 없자, 내부적으로 강제집행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도 과장은 “다만, 판결 절차상 3번은 회수 관련 고지를 할 예정”이라며 “이마저도 통용이 안 될 경우 법원, 경찰과 협의해 강제집행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할지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배씨는 그러나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근거로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고 배씨에게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정부 손을 들어줬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서도 “배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에 돌입하는 것은 시간 끌기 작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전하게 문화재를 회수하기 위해 설득을 최우선 방법으로 모색하지만, 해답이 안 보이는 반복적 행태에는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며 “강제집행에 대한 시기와 절차는 말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배씨는 최근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중재자가 국가 대신 돈을 내겠다고 했다면서 돈을 받게 될 경우 상주본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씨는 "주운 돈도 5분의 1은 찾은 사람에게 준다"며 "상주본은 가치가 1조원 이상이기 때문에 10분의 1만 받아도 1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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