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거나, 나쁘거나"


왕조시대에 아주 귀한 물건은 왕가에 올렸는데 이것을 '진상' 이라고 했으며, 겉보기에도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을 이르는 것도 아이러니하게도 '진상' 이라고, 한자로도 "進上(진상)" 으로 같이쓰고 있기에, 왕실을 위해서 준비하는 가장 귀한 물건인 진상과 사회적으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인 진상이라는 단어가 어찌하여 같은 글자로 표현 되었을까?

지난주에 목격한 일이 생각난다. 주차장으로 고가의 외제차 두 대가 들어왔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녀 셋이 편의점으로 들어와, 커피를 석잔을 주문하여, 편의점 밖의 야외탁자를 차지하드니,  그 중 한명이 커피가 진하다며 빈잔을 두개 추가로 주문한 후, 전화로 다른 일행을 불러서 다섯이 서로 나누어 마시며 여덟 명이 앉아도 될 자리를 다 차지하고 담배를 피워가며 온갖 수다를 시끄러이 떠들드니 갈때는 빈잔 정리와 자리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다시 고급의 외재차를 나누어 타고 떠나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진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왕가를 위한 아주 귀한 물건인지? 가장 쓸모 없는 물건일지? 어쩌면 아직은 몰라서 그랬겠지? 열심히 사느라 사회의 통상적인 예의를 배울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르지? 많은 이들을 대하면서 비상식적인 이들을 볼 기회가 많아지는데 그때마다 속이 몹시 상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기준치를 낮추면, 비상식적인 것을 보아도 그르러니 할 수 있고, 정상적인 것을 보면 더 반가워 할것이며, 세상에 공정과 정의가 행하는 이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짐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커가는 아이들은, 아름다워지는 청춘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고 풀어보는 서로의 보따리가 모두 귀하고 훌륭한 진상품이길 기대하면서, 모두가 그런 진상품으로 가꾸어 지길 기원하며 나쁜 의미의 진상을 잊어보려고 한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한국농촌발전연구원(KIRD)수석전문위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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