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豆腐)"
                                                                                      윤장원 박사

세상에서 가장 물러터진 음식은 무얼까? 아마도 두부 일것이다. 그러나 이 연약한 것을 상대할 때도 칼을 들고 시작하니 방심을 멀리하고 최선을 다한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두부보다 강한 것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까짓 것, 두부를 자르는 데도 무려 칼을 동원하는데, 두부 쯤은 그냥 손등으로 내리치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으며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두부는 칼로 알맞은 크기로 썰어서 조림, 찌개와 국에 들어가야 하는데, 자르는 일을 가장 잘하는 기구은 세상에 칼보다 나은 것이 없으니, 여기에는 칼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선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차선이나 차차선일까? 그 반댓말은 '어차피' 다. 어차피 찌개에 들어가 뭉개질 것을,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 소화가 될 것을, 이런 나른한 마음이 최선의 반대말이듯이, 어차피 지키지 못할 걸? 어차피 헤어질 사람 왜 만나니? 어차피 죽을 걸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사니? 달관의 경지에 이른 통찰처럼 보이지만 실은 운명을 바꿀 의지가 없음을 자백하는 말들이다.  마음이 시키지 않은 일엔 차선이나 차차선이면 된다.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선을 방해하는 것이 ‘어차피’ 라면 그건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  최선은 화려한 각오나 뜨거운 투혼 같은 것이 아니다. '어차피' 에 지지 않는 마음이 최선이다. 두부가 보이면 칼을 드는 자세가 최선이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천지는 어질지 않다! 자연은 사람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함의이다. 천지의 운행을 주관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서 사람 사는 형편을 고려해주면 좋으련만, 천지는 만물의 행불행에 무심할 따름이다. 다만 저 홀로 변화하는 흐름만이 존재한다고나 할까? 여기에 순응하는 길 밖에 없지만 마음자세는 두부를 자를때 칼을 쓰는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한국농촌발전연구원(KIRD)수석전문위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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