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이, 보거나말거나"

가끔씩 친구, 지인들과 어울려 골프 라운딩을 하는데, 거이 매번 웃으며 재미로 하다보니 시작 한지가 몇해가 되도록 총 타수가 백에서 왔다 갔다하는 백돌이 수준이다. 어쩌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조금이라도 해서 마음에 드는 스윙이 나온 날에는 보란듯이 잘 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후 타석에 들어서는 데, 그런날에는 어김없이 마음가짐과는 달리 헛 스윙을 하곤 한다. 보란듯이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에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 갔기 때문이다. 골프나, 테니스나, 대부분의 운동은 몸이 바짝 긴장하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살다보면 종종 이러한 이야기를 하거나 듣는데, 입밖으로 안해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에는 보란듯이 잘 해 봐야지' '보란듯이 꼭 해내고 말꺼야' '반드시 보란듯이  잘 살아볼테다' 라는 강렬한 의지와 투지를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보란듯이' 라는 단어를 마음에 담는 순간 온 몸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되고 일을 하면서 스타일대로, 삶의 모양대로 하여도 쉽지 않은 것이 삶인데, 이것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어야하니, 그것도 잘 했으며, 잘 하고 있다고 자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삶은 바짝 긴장을 한다. 모든 신경이 집중하여 점차로 날카로워 지며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지 않아진다. 그러다보면, 마음먹은 일에 헛발질을 하거나 삐꺽거리며, 순리대로 안되고 뭔가 욕심이 들어간다. 온 몸이 긴장하니 쉽게 지치고 만다. 그러면, 어느 순간, 사단이 나고 만다. 운동이나 삶이나 '보란듯이' 가 문제다. 그래서 어쩌면 '보란듯이' 보다는 '보거나말거나' 의 마음이어야 하는 것인데, 골프의 티샷을 보란듯이 잘 해 내는 것이 아니라, 보거나말거나 연습한대로 툭 힘을 빼고 치듯이, 삶을 보란듯이 사는게 아니라, 보거나 말거나 생각대로 흐름대로 그렇게 물이 흐르듯이 해봄이 어떨까?

어쩌면 이 모든것이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살기를 강요받고, 어떤 수를 써도 남들 보다는 잘 되어야 한다고 배우며 자라온 어려운 지난 시절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이즈음에 겨우 한 자락 또 깨달아 본다. 보란듯이 살것없고, 보거나말거나 잘 살아야 한다고, 헐렁헐렁 힘을 빼고 바쁜 하루를 걸어보는 나날이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한국농촌발전연구원(KIRD)수석전문위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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