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스르기”                                                                                                          

철이 바뀌는 것을 모르고, 세상이 변해감을 모르고 사는 이를 ‘철부지’라고 한다. 들녘에는 쑥부쟁이가 한들거리고 온갖 색의 국화꽃도 환하게 피었다. 아마도 날씨가 점차로 선 듯 선뜻해짐은 웬만해서는 뭍사람들을 철부지로 만들지는 않을 듯하다. 오늘이 절기로 한로(寒露)이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되면 제비와 뜸부기 같은 여름 철새는 강남을 가려고 채비하며, 겨울 철새인 고니, 기러기, 청둥오리들이 날아오기 시작하고, 참새와 같은 텃새들의 움직임이 뜸해지며, 뒷산의 꿩들도 날갯짓으로 가끔 퍼덕이곤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하늘에는 새들의 날아다님을 자주 보곤 하였는데, 새 같은 미물이 사람들보다 세상과 철을 더 잘 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새들도 철이 바뀜을 알고 세상의 변화를 안다, 그렇게 새들도 찬 이슬이 맺히는 날을 알고 살아가나 보다. 하물며 새들도 그럴진대, 사람 중에는 ‘찬 이슬’을 모르고 매일매일 ‘참이슬’만 찾는 철부지도 있으니….

한껏 부푼 마음으로 가득했던 철이 조용한 묵상의 계절로 접어드는 시간, 그렇게 철이 바뀌고, 또다시 다른 철을 준비한다. 찬 이슬로 머리를 맑게 하여, 몸도 추스르고, 마음도 추스르리라는 세상의 이치, 깊고 깊게 여미는 한로(寒露)가 되고 싶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한국농촌발전연구원(KIRD)수석전문위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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