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배알!”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새해, 새날을 알리는 설날인가 했드니 또 이렇게 하루하루가 잘 가고 있다. 새봄을 알리는 입춘(立春) 절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들어 가장 추운날씨가 계속되고, 골목 어귀의 길 고양이들은 따스한 양지를 찾아 볕을 즐기는 여전히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운 겨울날씨이다. 이런 날에는 깨끗이 손질한 마른멸치로 멸칫국물을 낸 다음 전통된장을 풀어 무배추와 파마늘을 곁들인 된장국에 갓지은 따스한 밥 한 그릇이나, 뜨끈하게 우려낸 멸칫국물에 말아낸 국수 한 그릇이 먹고싶은 날이다. 이렇게 모두가 즐겨 먹는 마른멸치를 생각하며, 복효근 시인의 ‘멸치똥’ 이라는 시를 떠올려 본다.
 

 

『똥이라 부르지 말자!
넓은 바다에서 집채만 한 고래, 상어와
때깔 좋은 열대어들 사이에서 주눅 들어
이리저리 눈치 보며, 똥 빠지게 피해 다녔으니,
똥 인들 남아 있겠느냐?
그물에 걸리어 세상 버릴 적에 똥마저 버렸을 터이니
못 처럼 짧게 야윈 몸속에 박힌 것을 똥이라 하지 말자!.
바다 안에서든 바다 밖에서든 언제나 잡아먹은 적 없이
잡아 먹혀서 어느 목숨에 빚진 적이 없으니
똥이라 해서 구리겠느냐?
국물 우려낼 때 이것을 발라내지도 않고,
통째로 넣으면서 멸치도 생선이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마다 까맣게 타들어 갔을 목숨 가진 것의 배알이다.
배알도 없는 놈이라며, 그 똥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들어낸 자리, 길고 가느다란 한줄기의 뼈가 있겠느냐?
밸도 없이 배알도 없이, 속도, 창지도 없이,
똥만 그득한 세상을 향하여, 그래도 멸치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등뼈 곧추세우며 누천년 지켜온 배알이다』

사실은 멸치똥이라고 하는 그것은 배알이며, 자존심이다. 배알도 없이 똥만 가득한 세상을 보며, 가느다란 한 줄기 등뼈를 곧추세워 누천년 지켜온 멸치의 배알이고, 자존심이다. 인간 세상은 점점 비정상, 부자유, 탐욕과 무지의 깃발을 펄럭이며, 덧없이 사는 데, 그 세상의 똥 덩어리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계절이 바뀌는 날씨에 그저 구수하고 진한 된장국에 갓지은 따스한 밥과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먹을 생각만 하는 인간의 뱃속이 등뼈를 곧추세우고 꼿꼿한 마른 멸치 앞에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FAO-CGIAR-ICRISAT국제작물연구소 수석연구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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