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상주에서, 자전거 때문에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순덕입니다.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아주 많이 반갑습니다.

고순덕 시민기자
고순덕 시민기자

 저희 부부는 6년의 열애로 결혼한 대학 과 커플 이었습니다. 우린 서로 “내가 더 많이 널 사랑해!”라며 다투곤 했죠. 그런데 성격 급한 남편은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그런 제게 요즘 많은 분들이 말씀하세요. 얼굴이 폈네 폈어! 많이 밝아졌다니까! 애인 생긴거 아냐?

아들과 행복한 한때
아들과 행복한 한때

 이 자리에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저 애인 생겼습니다. 남편을 힘들게 보내고 우리 사랑은 더욱 깊어졌죠. 맛난 음식도 나눠 먹고, 선물도 주고받고, 늘 서로를 염려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 전 그에게 제 목숨도 줄 수 있다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점점 우리의 대화는 짧아지고 강해져 갔습니다.

그는 내게 “왜요?” “아니요!” “됐어요.” “아! 쫌요”

그에 대응 하는 저는 “뭐?” “왜 그래” “안 돼” “하지마라” “됐거든...”

이정도 말씀드리면 제 애인이 누군지 아시겠죠! 

열일곱 살, 잘 생기고, 손재주 많고, 제 아비를 꼭 닮은 녀석. 제 아들입니다 근데 이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더니 집엘 와도 제 방에서 핸드폰만 잡고 꼼짝을 않는 거예요. 친구들이랑 논다고 매일 막차로 오거나, 일찍 나가버리고... 이제 내가 필요 없어진 걸까요??

 여름방학 어느 날, 아들이 방에서 나와 제게 말을 거는 거예요 “어머니 얼마 남지 않은 십대에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어요! 저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가 보려구요!” 아이쿠 이건 또 무슨 소리.

 남편을 교통사고로 보낸 제게 자전거를 타고 그 먼 함창까지 간다는건... 차도를 달리고, 험한 우산재를 넘어, 남편이 떠났던 그 길을 지나야 하는데...

 저로선 도저히 허락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집에 있는 몇일 동안 노래를 하는 거예요 “어머니 자전거요. 조심할께요. 아 어머니 제발...” 그리고는 남편이 사 준 낡은 자전거를 꺼내 털고, 닦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난리가 났습니다. 옷걸이를 굽혀 핸드폰 거치대도 만들고, 냉동실엔 매실액도 넣어두는 등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거예요.

고순덕씨 아들 강00씨
고순덕씨 아들 강00씨

저 녀석을 어쩌지?

 그 때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들의 얘기를 했죠. “야야! 그맘때 아들이 힘이 뻗쳐서 그래. 너 아 착하잖아 그냥 믿고 지켜봐 줘라 야” 하는 거예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 약 30Km, 족히 서너 시간은 걸릴텐데... 이 삼복더위에 휴··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요? 아들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더위가 한풀 꺽인 오후 4시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떠났습니다

 
 

“어머니 집에 계실거죠? 혹시 타이어가 터지거나 제가 지치면 어머니가 데리러 오셔야 되요” “그래그래. 엄만 항시대기니까 중군중간 톡 해줘야되! 차조심하구!” 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15분후 우산보건소 앞 인증샷. 다음엔 우산재. 지칠데로 지친모습의 인증샷. 그 후로도 수시로 “어머니 세천요” “어머니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어요” “벌써 물이 다 떨어졌어요” “아 정말 더워요”

핸드폰을 잡은 제 손에 땀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목적달성! 좋네요” 키야아 역시 내 아들! 1시간 40분 만에 해 냈어요. 주말 집에 돌아온 아들은 확 바뀌었어요. 자전거로 등교하던 날의 무용담이 종일 이어졌고, 저는 행복했습니다. 이제야 내 아들로 돌아왔구나! 지난 추석엔 아들한테 커다란 선물까지 받았어요. 벤치그네를 갖고 싶다 했더니, 연휴동안 뚝딱뚝딱 만들어 낸 거예요. 그네를 만드는 동안 아들은 역시나 자전거 얘기를 했고, 이번 겨울방학엔 자전거를 타고 동해를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헌 자전거로는 힘들텐데...

 얼마 후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아들. 저는 흔쾌히 새 자전거를 사 주었습니다. 오늘도 살짝 아들을 자전거에게 빼앗긴 것 같지만.자전거로 키운 우리사랑 예쁘게 오래도록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주시 내서면 우서로

오늘도 자전거와 애인이 있어 행복한 고순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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