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도 객원기자의 상주시민실록

 저는 ‘새 아침배 작목반’의 박호인 반장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우리 작목반을 알리게 돼 반가운 마음 그지 없습니다. 벌써 제가 농사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습니다만 아직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툰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과 소비자가 먹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새 아침반 작목반’의 얘기를 들어 주세요.

상주시민실록(53) 자식보다 배 사랑, 새아침배 작목반|작성자 상주기록관
상주시민실록(53) 자식보다 배 사랑, 새아침배 작목반|작성자 상주기록관

한약재 1

당귀, 천궁, 감초 각 2KG을 막걸리에 푹 담근다. 다음 날 막걸리를 잔뜩 머금은 한약재를 건져 30도 소주 3말에 푹 담궈 2개월 동안 발효와 숙성을 거친다. 이 액을 1,000배의 물에 희석한다.

 

한약재 2

오전 10시 전에 명주풀, 뽕순, 미나리를 채취하여 동일한 양의 흑설탕에 2개월을 푹 재워둔다. 이 액을 1,000배의 물에 희석한다.

한약재 1, 2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한약재와 식품으로 만드는 배영양제입니다. 우리 작목반은 한약재로 자식보다 더 아끼는 배를 생산합니다. 한약재 1은 배를 단단하게 만들고 당도를 높이는데, 한약재 2는 배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두 달 가량 이어졌던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든 아기 엄마의 소망은 정말로 평범했는데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져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환경호르몬, 농약 등의 폐해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니 음식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생각과 행동이 건강해 질 것이므로 현대인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먼 거리도 마다않고 찾아 갑니다.

우리 새아침배 작목반(반장 : 박호인, 총무 : 함영만) 11명은 3만평의 과수원에 배농사를 지어 연간 15키로그램 박스로 35,000짝을 생산합니다. 얼른 상상이 얼른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1톤짜리 트럭 525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작목반원들은 건강한 배를 생산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는데 이 노력을 인정받아 미국으로까지 배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새 아침배 작목반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친환경작목반’을 10년 전에 구성하였으니 날로 심각해지는 먹거리 문제를 10년 앞서 보는 혜안을 지녔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합니다.

반원들이 건강한 배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가 하면 위에서 언급한 한약재를 비롯하여 음이온발생기, 풀을 퇴비로 이용하는 초생재배, 진딧물 천적인 딱정벌레 활용 등 소비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인 짐승은 어떤 면에서 보면 신기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배, 사과, 포도 등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를 방문하면 얘기합니다. 까치가 어쩌면 그리도 영리한지 쪼아 먹은 과일을 보면 한 같이 맛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도 먹고 살자고 사람이 지은 농산물을 먹는데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찾는 것은 정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까치를 쫓기 위해 과수원에 매일 붙어 있거나 농약을 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서 자연 농법의 하나로 새와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까치가 싫어하는 냄새를 노란 깃발에 부착하여 나무에 달아놓았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 상주 사벌면의 배가 왜 유명한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사벌면은 토양과 수질 기후가 배 생산의 적지라고 합니다. 전국에서 유명한 배 생산지는 나주, 울산, 안성과 더불어 상주가 최적지라고 하군요. 사벌면은 전국 면단위 배재배지로는 최대 생산지입니다. 우리 작목반원들 대부분이 농사를 지은 지 거의 30여 년이 넘어 잎 색깔만 봐도 배의 성장 상태를 알 정도입니다. 토양과 기후, 많은 경험, 정성이 합해져 유명한 사벌배를 생산하니 많이 드세요. 때때로 백화점에서 소비자 체험단을 모집하여 사벌배를 맛보러 와 그 맛에 감탄을 하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이제 팔불출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아내 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위대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듯이 유명한 사벌배를 생산하는 새 아침배 작목반의 곁에는 좋은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가 없으면 배 생산을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자들은 힘쓰는 일과 - 아내는 힘을 안 씁니까? 어떤 때는 아내의 괴력과 괴성에 놀랄 때도 많습니다. - 대외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이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내들은 허드레 일부터 배 포장, 관리 등 온갖 일을 다 합니다. 

그리고도 잠시 쉴 틈이 있나요? 항상 일입니다. 집에 가면 집안일을 하고 과수원에 가면 농사를 짓고 배 농사 견학을 가면 그것을 적고 외우고 실천하는 것은 아내 몫입니다. 젊은 때 아내에게 큰 소리치고 때로 술 한 잔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정말 제가 간 큰 남자입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지금 마음 같으면 아내를 항상 업어 주며 살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 얘기가 아니고 기자 양반이 취재하러 와 모든 반원들이 모여 한 얘기입니다. 앞으로 가정에서든 농사짓는 일이든 열심히 살려고 하니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2008년, 구술정리 : 하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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