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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는 내가 넣었다.고순덕의 생활수기 시리즈 27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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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9  09: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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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는 내가 넣었다.

고 순 덕

   
▲ 고순덕

 연 초, 일하는 곳에서 2017년 결산 총회를 가졌다. 지난해의 살림도 살피고, 새해의 마을 살림을 맏을 인적자원도 재정비하면서 수도요금에 관한 얘기도 오갔다. 그 날 저녁 둘째에게서 안부 전화가 와서 하루 일과를 물어오기에 상수도에 관한 얘기를 들려 줬더니, 시골에서도 물을 돈을 내고 먹냐며 반문이 쏟아진다. 아니 시골 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그저 받아먹는가? 시골물과 도시물의 차이가 대체 뭐라고...... “그럼 우리 집은? 우리 집도 수돗물이야? 우리 집도 물 값 내?” “우리 집은 지하수야. 처음 우리 집을 지을 때는 상수도시설이 없었고, 마을에 상수도가 설치 되서도 우리 집은 마을에서 너무 멀어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우리 집은 그냥 샘물이고 전기세가 물 값 인거지.” “그럼 샘은 어데 있는데?” “샘은 물탱크 밑에..... 관정을 파고 수중모터를 설치해서......” 딸아인 시골물도 돈을 내야 한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골에서 살면서도 아이는 열 살이 넘도록 땅콩이 땅속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말 다 했지.

   
 

 샘물을 두레박으로 길어 먹던 그 시절엔 물 값이 따로 없었을 거다. 우리 집에도 다른 집보다 많이 깊은 샘이 있어 여름이면 유난히 더 시원했고, 겨울이면 두레박에서 김이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 공동우물이 있었는데 그 샘은 유난히 물이 더 많고 수질도 좋았다. 어린 내가 수질을 어찌 평가하고 알랴마는 빨래를 할 때 비누거품이 잘 일고, 때가 잘 지는 걸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이 물에 머리를 감으면 우리 집 샘물로 감은 때보다 머릿결이 더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우물가에 앵두는 없었지만, 논 가운데 자리해 샘을 둘러싼 커다랗고 넓적한 큰 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큰 돌들은 모두가 빨래판이고,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주말이면 작은 언니는 가마솥에 물을 끓여 일주일치 빨래를 집에서 먼저 치대고,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담아 이고는 마을 가운데 있는 동네샘으로 갔다. 동네샘은 물이 많아 물을 풀 때 두레박 끈을 몇 번 올리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언니가 시린손을 비벼가며 방망이질을 하고, 빨래를 치대는 동안 나와 동생은 물을 퍼 올렸다. 정작 물은 차지 않았지만 젖은 손이 찬공기와 만나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빨개졌다.

   
 
   
 

 

 

 

 

 

 

 그 때는 고무장갑도 없었기에 서둘러 일을 마치는 것이 상책. 빨리빨리 물을 깃지않고 장난을 치다 언니의 눈총을 맞기도 했지만, 그 총은 아프지 않았기에 장난질을 멈추지 않았다. 고정되지 않은 돌을 이리저리 디디며 콩닥콩닥 까딱거리며 놀기도 했고, 샘 둘레에 언 얼음을 깨겠다고 깡충깡충 뜀박질을 하기도 했다. 여름이면 샘가에서 개구리잡기를 즐겨했고, 풀들을 뜯고 돌로 짓이겨 밥도 하고, 떡도 해 먹는 빤또깨미(소꿉놀이)를 했다. 칠월칠석이면 온동네 우물을 모두 청소하는 날로 개인집의 샘이던 마을 공동샘이던 모두 물을 퍼내고, 우물안에 들어가 바닥에 빠진 오물들을 들어내고 기도를 했다.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그리고 가끔씩은 커다랗고 하얀 알약을 샘에 넣기도 했는데 소독약 이었다. 이걸 샘에 던져 넣으면 며칠 동안은 물에서 서울물 냄새가 났다. 그럴 때는 물 먹기가 정말 싫었지만 온 동네 물이 다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정갈해야 할 동네 우물에 가끔씩은 못 된 장난질을 하기도 했다. 마을의 공동우물은 곳곳에 있어, 그 물을 먹는 집들의 영역이 있었다. 집에 샘이 따로 없으면 물동이를 이거나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먹었다. 그래서 온 동네 동무들이 모여 놀다 친구하고 다투고 삐지면, 그 친구가 먹는 샘에 가서 침을 뱉는 만행을 일삼았다. 정말 화가 많이 난 어느 날인가는 침을 뱉는 일보다 더 큰 보복 방법을 찾았다. 샘가에서 잡은 개구리를 그 아이가 먹는 우물에 던져 넣었다. 놀이에 지고 다툰 것에 대한 소심한 보복. 누가 볼세라 뒷덜미가 근질거리며 도망쳤던 날의 기억이 이제야 부끄럽게 다가온다.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며 누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집딸이 어느 공장에 취직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고, 동네 대소사를 공유할 수 있었다. 엄마가 온 동네의 제사나 이웃들의 생일을 다 기억하는 것도 이 공동우물의 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웃간의 정겨운 대화나 모임이 드문 요즘. 편리한 교통 덕에 멀리 있는 이웃은 오히려 맘먹고 오가지만 정작 몇 발작 움직여 만날 수 있는 이웃과의 만남은 얼마나 하고들 계신가요? 물도 사 먹고, 우물가보다 까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으로 변한 세상. 모습은 바뀌어도 그 훈훈한 정만은 그대로이길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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