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장날

임 성 호

 

오일장이 나이 들었다

입구를 2차선으로 넓히고

아스팔트 포장도 하고

간판도 새로 바꿨는데도

비 가림 천정처럼

오일장의 등이 둥그렇게 꼬부라지고 있다

 

생선집, 과일집, 고깃집, 통닭 가게, 채소 가게

일 바지, 파자마, 허리띠, 모자, 꽃무늬 옷

진열된 물건이나 장사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아 보인다

 

경로우대권으로 버스비도 무료

한의원에 들러서 침 한 대 맞고 찜질해도 무료

들어가시는 길에 찐빵 하나 생활용품 몇 개

닷새마다 오는 장날

몇 번이나 더 오실 수 있으실지

 

세월의 굴곡만큼 주름이 꽉 찬 얼굴이지만

환한 웃음만큼 반가웠던 고향 어르신들

장마당에서 가끔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눴는데

요즘은 안 보이신다

 

편리하고 없는 것 없는 마트에 가느라고

자주 가 보지 못한 오일장

손잡고 다니며 국화빵 사 주시고

겨울에 스펀지 들어간 옷도 사 주시던 어머니

이 사람 저 사람 바글바글 끓어대던 시장길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던 추억들이 희미해져 간다

가진 것 없이도 정겨웠던 오일장이 늙어 간다

 

남유진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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