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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큰오빠의 입학선물고순덕의 생활수기 시리즈 35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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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09: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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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빠의 입학선물

고 순 덕

 “이 마한기(망할 것이) 그걸 우째 이저먹을(잃어버릴) 수가 있노. 의? 의! 거기 우예가 산건동 아나? 니 오빠가 도시락 싸가이 댕기미 식권 모아 가이고 산기라 카드라. 그런데 그걸 이저뿌리! 니는 다 혼날라카믄 아직도 멀었다.”

 엄마의 잔조리가 끝이 없다. 중학교 입학선물로 큰오빠가 사 준 시계를 잃어 버렸다. 채 반년도 쓰를 못하고......

 11살 터울의 큰오빠는 내게 중학교 입학선물로 금딱지 손목시계를 사 주었다. 당시만 해도 반에서 시계를 차고 다니는 친구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에 큰오빠의 금빛 나는 시계는 정말이지 큰 선물이었다. “순더가 인제 중학생이니까 공부 더 열심히 하고, 필요한 거 있으만 언제던지 오빠한테 말해. 내가 다 사 주께. 엄마, 아부지가 안해주는거 그런거 있자나 그런거 오빠한테 말하만 다 해 주깨......” 큰오빠는 같이 놀잇감을 만들고, 가끔씩 이었지만 함께 놀아주는 작은오빠와는 다른 어른오빠였다. 그러나 중1 여학생에게 금줄에 예물시계처럼 생긴 시계라니...... 심지어 12 자리엔 다이아몬드 같은 큐빅도 박혀 있었다. 시계가 생긴 것은 나를 듯 기뻤지만 모양을 보았을 때는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형언할 수 없는 아니 형언해서는 안 될 그런 기분! 그리고 그해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친구네 떡집에서 시계를 잃어 버렸다.

   
 

 석가탄신일은 큰언니의 생일이기도한데 아버지는 매년 이 날을 앞두고, 아침 일찍 음지에서 자란 연한 쑥을 지게 한가득 베어 오셨다. 엄마는 풀과 섞인 쑥을 다듬고 삶아 쑥떡 만들 준비를 하셨고, 큰언니 생일에 맞춰 쑥절편과 볶은 콩가루를 빻아 대구엘 다녀오셨다. 그런데 그 해엔 부모님이 바쁘셨는지, 아님 내가 중학생이 되어 조금 자랐다고 생각하셨는지 나 혼자 떡을 해가지고 큰언니네를 다녀오라 하셨다. 엄마를 따라 가 본 기억도 있고, 또 북부정류장에 내려 7번 버스만 타면 언니가 미리 내릴 곳에 나와 있을테니 염려할 바는 없었다. 머리에 쌀과 삶은 쑥을 이고, 늘 다니던 등하교 십리 길을 평소와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떡방앗간에 도착했다. 그 곳은 친구 희숙이네 집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 희숙이와 잠시라도 놀 수 있어 좋았고, 세상에서 젤 예쁜 조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앞서 온 손님이 제법 많았다. 얼른 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떡을 얼마나 어떻게 할 건지 말씀드렸다. 그리고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의 방으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친구의 부모님은 손님이 많아 바쁘다며 친구를 불러내어 떡시루도 씻고, 떡을 찌는 아궁이에 불도 넣으라고 하셨다. 친구와 같이 놀 심산으로 함께 떡시루를 씻었다. 그런데 시계에 물이 들어갔는지 유리에 뿌옇게 물방울이 맺혔다. 어쩌지?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길 밖 양지바른 곳 따끈하게 데워진 돌 위에 시계를 얹어두고 친구와 함께 아궁이에 장작을 넣었다. 그 때만 해도 방수시계가 없던 때라 물일을 할 때면 시계를 벗어 둬야 했는데,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시계를 두었던 곳에 가 보았더니 아직 그대로였다. 가보고 또 가보고, 그러다 우리 떡을 할 차례가 되어 그걸 지키고 있느라 시계 생각을 잠시 잊었다. 떡을 다 하고, 다시 처음 가져온 다라이와 보자기에 떡을 꽁꽁 싸고, 버스를 타러 가던 중 아차! 시계생각이 났다.

   
 

 단숨에 달려 그 자리에 갔지만 시계는 없었다. 친구에게 물어도, 친구 부모님도, 떡집에 남아있던 손님들께 여쭤봐도 다들 모른다. 못봤다 하신다. 귀신이 곡할 노릇. 대체 시계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울먹이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어른들은 시계처럼 귀한 걸 그렇게 함부로 두었다고 야단을 치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버스시간은 다 되어가고, 친구에게 더 찾아봐 달라 부탁하고, 대구로 향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어떡하지? 큰언니네서의 하룻밤. 형부가 맛있는 것도 사 주시고, 세상에서 젤 예쁘고 좋아하는 조카도 만났지만 기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저승길마냥 무서웠다. 그리고 한동안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시계가 없어진 걸 숨겼지만 오래 갈 리가 없지. 한동안 오빠에게 큰 죄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큰오빠는 공책도 연필도 볼펜도 다 고급지고 대용량으로 사 주었다. 결혼전에는 오빠네 쪽방에 더부 살았고, 결혼을 해서도 걱정되는 동생으로 늦가을이면 연탄 넣었나? 기름은 있나? 쌀은 다 안되가나? 늘 동생들과 형제들 근심을 업처럼 달고 산다.

   
 

 때로는 큰오빠의 잔소리가 귀찮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늘 애쓰고, 이제는 아버지의 모습에 더 가까운 큰오빠. 그 오빠가 어느 날 단톡에 남긴 글이다. 지친 형제들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이 비의 힘을 받아 새싹들이 움터 올라오리라. 우리의 마음에도 겨울동안 움츠렸던 마음을 깨워 기지개 켜고, 홀연히 일어서 새 기운 북돋아 봄을 맞이하리라!”

   

▲ 고순덕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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