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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새가 죽었다.고순덕의 생활수기 시리즈 43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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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1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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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죽었다.

고 순 덕

 

 새가 죽었다. 맑은 유리를 감지하지 못하고 날다가 부딪혀 죽었나보다. 가엾었지만 무서운 생각에 직장동료에게 묻어주길 부탁했다. 그런데 오늘 나무 밑에서 그 새인 것 같은 주검을 보았다. 잠시 많은 생각이 오가고, 결국 어릴 적 동생과 봄이면 한 두 번씩 치루던 의식을 시작했다. 새의 장례식. 무서웠지만 새의 주검을 보이지 않게 묻어주고, 나뭇가지를 엮어 십자가를 만들어 꽂아 주었다. 둘레에 꽂잔디도 심어주고.....

   
 

 예전 우리 집 처마엔 무허가 세를 사는 녀석들이 있었다. 봄이면 멋진 연미복으로 단장하고 날아들어 집을 지었다. 녀석은 이내 우리 집 처마와 빨랫줄을 점령하고, 세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식구들이 늘었다.

   
 

“지비제배지비제배......” 어린 제비들의 배고프다는 소리. “지지배배지지배배.....” 다 큰 제비들의 수다 소리다. 작은 저택 입구가 비좁게 황금빛 입을 벌리고 고개를 내민 제비새끼들을 위해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날랐다. 집을 지을 때부터 불순물이 봉당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끼들이 커지면서 집은 점점 좁아지고, 봉당엔 고녀석들의 배설물에 심지어 형제들과의 어깨 다툼에 밀린 약한 녀석들은 둥지에서 밀려 떨어지는 일도 잦았다. 동생과 나는 떨어진 제비가 예쁘기도 하고 가여워 방에 들여가 함께 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진 우리에게서 고 귀여운 녀석을 빼앗아 다시 형제들에게 돌려주고, 둥지 밑에 또 다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널빤지도 대어 주었다. 그런데도 어느 날 결국 일은 벌어졌고, 가엾은 어린제비는 약한 숨을 할딱이다 추욱 목이 늘어져 버렸다.

   
 

 다리를 다쳤으면 우리가 흥부가 되어 고쳐주고, 우리 집은 부자가 되었을 텐데...... 죽음이 무언지 모르던 나이에도 죽음은 무섭고 슬펐다. 뒷동산에 올라 가엾은 제비를 묻어주고, 십자가를 만들어 꽂아주고는 절을 했다. 그리고 동생과 나는 며칠 더 그 곳을 찾아 사금파리에 물과 쌀을 몇 알 가져다 두고 제사를 지냈다. 그 때만 해도 집안에 빈소를 차리고 삼년상을 치르는 모습을 본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의식은 병아리가 죽었을 때도 계속 되었다. 언제부터 왜 그런 짓을 그만두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새 집을 짓고 부터는 제비가 드물게 날아들다가 결국 요즘은 만나 보기 힘든 추억속의 친구가 되어 버렸다.

   
 

 오늘 내가 묻은 새는 제비는 아니었다. 배가 노오랗고 예쁜.... 두해 전 가을에도 참새가 유리에 부딪혔는지 창문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어릴 때와 달리 먼저 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무서워 묻어주지도 못하고 볕 잘 드는 돌무더기 위에 앉혀 두고 지금 이 새는......? 죽음이란.....? 그리고 그 때 누군가와의 약속.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야 하나? 그러면서 주절주절 써 내려간 몇 글자.

어제도 이 자리에 있더니

오늘도 이 자리에

아마 내일도 이 자리에 있을....,

망부석이 되었나보다.

이건 기다림일까?

아님 떠남일까?

 멀리서 반가운 이가 왔다. 함께 치킨 집에 가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던 중 장난스레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죽기 전에는 살 빼라.” “왜 그 속에 못 들어 가까바? 요새는 훌 끄실리만 되여......” 웃음소리가 유쾌하다. 나만 갑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숙연해 졌다. 추위도 더위도 주사바늘도 몹시 무서워하던 사람을 마지막 가는 길마저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준 것 같은 죄책감에 가슴이 아려 왔다. 차라리 그냥 제비처럼..... 생각해 보지만 이내 생각을 접는다. 부모는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모든 이는 다 가슴에 묻힌다. 그렇게 나와 우리의 삶에 늘 푸른빛으로 함께.....

 아차! 오늘 내가 먹어치운 두 마리의 닭들을 위한 기도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나의 감성엔 어패가 많음을 느끼며, 훌훌 털어버린다. 푸르른 5월에 새 희망을 걸어 보자. 이젠 내가 챙겨야 하는 어린이날은 가벼워졌고, 어버이날은 나를 챙기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다. 다시 웃을 거다. 앞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더 많을테니까.

   

▲ 고순덕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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