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방수령들이 해야 할 일곱가지 의무조항이 수령7사다 시대에 따라 여러 과정을 거쳐 ‘성종년간’에 제도적으로 간결한 조목이 정착되었는데 농상성(農桑盛)∙ 호구증(戶口增)∙학교흥(學校興)군정수(軍政修)∙부역균(賦役均)∙사송간(詞訟簡)∙간활식(奸猾息)이다.

풀어보면 농사와 잠업을 일으켜 의식주를 근심하지 않는 경제를 기반으로 하여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 아이를 많이 생산하고, 아동들에게는 적극적인 교육으로 유망한 인재를 육성하며 지역이 안정되고 나라국방이 튼튼하도록 하고 공평한 과세(課稅)로 불만요소가 없도록 함과 아울러 건전한 재정이 확보되도록 하며, 주민들 간에 송사사건은 법률과 상식에 따라 치우침 없이 바르고 신속하게 처리하여 준법질서를 확립함이요, 마지막으로 수령예하 관원은 물론 주변 인사들 중에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들의 그릇된 말을 물리치고, 이러한 불건전 토착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라는 왕의 명령이다.

요약하면 정의와 사명에 따라 주민들을 잘 살게 하고, 나아가 나라가 부강하도록 하라는 것으로써 수령의 인사 고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왕정시대를 벗어나 민주적 주민자치시대를 맞이 한 오늘의 목민관은 민선으로 뽑은 각급 자치단체장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임무 또한 기본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주민의 요구는 더욱 다양 해 졌으며, 주민들의 의식수준 또한 크게 향상되므로 하여 마침내 주민들 스스로 운영하고 해결하는 민주적 선거에 의한 주민자치제도로 변천하여 지난 7월 1일부터는 여섯 번째 민선자치 시대가 출항을 하였다.

그러나 승자독식일수밖에 없는 선거문화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성숙되지 못한 못된 정치풍토로 인하여 때로는 허황된 선거공약을 내세워 거짓말쟁이로 전락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절대적 업적과욕으로 겉으로만 치장한 나머지 속빈 강정 같은 정책을 추진하여 주민을 기만하고 재정압박에 단초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보자간은 물론 선거 운동원간 또는 지지자간에 반목(反目)하다못해 형사고발을 하는 등, 자기 폐단으로 주민들 간에 깊고 깊은 골이 파여졌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양식 있는 많은 국민들이 직선제 무용론 내지 망국론이 분분하다는 것을 모든 선출직 후보자 그리고 당선자는 과연 깊이 깨닫고 있는가! 당선만 되면 초심은 간데없고 ‘군림형’ 또는 ‘자만형’으로 변하고 폐자를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더 핍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석에서 내 쫓았다는 설이 있었으니 인간적으로 그 본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는 도(道) 단위 영문(營門)의 관찰사와 부(府), 목(牧), 군(郡), 현(縣)의 수령을 역임한 ‘선생안(先生案)’ 이라는 인사(人事) 명부가 있다. 선생이라는 말은 덕망과 인품이 높아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 다른 사림들의 본보기가 되는 어른을 극 존칭하는바 재임 중에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존경받는 현사(賢士)가 되어주기를 염원함이요, 기록된 이름은 안(案)에 불과하여 두고두고 검증될 것이라는 무서운 뜻을 암시한다.

모쪼록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고, 오직 먼 장래를 내다보아 지역에서 꼭 해야 할 일(사업)이 무엇이고 그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데는 어떤 길이 빠르고 경제적인가에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다음선거에 당선만을 위하여 천박한 업적들에 몰두하는 그런 목민관은 선생안에 기록은 될지언정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니 우리함께 지켜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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