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넘기며

~친구들에게

- 차승진 -

 

떠나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처럼

새벽안개는 숲속을 서성이고 있다

 

밤새 마시고 소리지르며 아직은

노년이길 거부하던 친구들의

열정도 풀잎처럼 곤한 잠에

취해있을 때

 

은사시나무 바람에 나부끼며

아침을 열면 오늘 하루 잠깐의

순간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아버지가 걸어갔을 저 산마루에

고운노을 물들어 아름다운

배경이 되듯

 

또 한번 쓸쓸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우리는 어느 착한 농부의

손에서 뿌려지는 튼실한 씨앗으로

자라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된장찌개 보글거리는 아침 식탁의

따끈한 밥상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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