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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소순덕의 생활수기 77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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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5  1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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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고 순 덕

 

“저 마한 것들이 잠 안자고 뭐하는 짓들이라. 저리 안가나?”

 잠자다 말고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벌떡 눈을 뜬다. “저들끼리나 좋은 날이지. 마한 예수쟁이들.....” 뒷동산 밑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날 새벽이면 성가대가 집집마다 축복의 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마치 정월보름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하고 다니듯 말이다. 아버지는 특별히 절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집안과 엄마가 불교를 믿어서인지 교회에 다니는 이들을 예수쟁이라 비방하며 홀대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아버지가 나빠서라기보다 시대가 그랬던 것 같다. 우리 마을 교회는 작았고, 다니는 이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평소 교회를 다니지 않던 친구들도 교회를 가는 때가 있었으니, 여름성경학교 때와 크리스마스. 여름성경학교 때는 방학을 활용해 여러 날 진행이 되었는데, 친구들과 온종일 같이 모여 놀고, 때에 따라 밤까지도 함께 놀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에 나오는 멋진 교회오빠가 있는 곳. 이야기 속 교회오빠들은 어쩜 하나 같이 잘생기고, 친절한지. 하지만 우리 마을 교회는 달랐다. 집성촌의 교회란 이웃마을이 함께 한다 해도 대부분이 촌수를 헤아릴 수 있는 아재고, 할배고, 조카거나 종교적 언어 그대로 형제요 자매였다. 그러니 이야기 속 그런 멋진 교회오빠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내가 교회에 다니지 않은 이유는 아니다. 난 완고한 아버지의 착한 딸이기에 친구들과 휩쓸려 한 번 가 보고도 싶었지만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 때는 교회에 가면 맛있는 과자나 과일도 주고, 역시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같이 놀 수 있어 그 목적에 한 일주일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너들 생진 안가다가 지금 다닌다고 천당 갈 줄 아나?” 교회에서 받은 과자와 재미난 게임을 자랑하는 친구를 시샘해 가지 못한 나나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이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한테는 선물을 안주신다더니, 울보 찌질이도 이 날 교회에 가면 선물을 다 주셨다. 난 잘 울지 않는데도 선물은 무슨.....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 집 굴뚝이 좁아서 못 오신 걸까? 아니 산타의 저 커다란 배와 선물보따리가 들어가려면 종가집 벽돌굴뚝쯤 되어야 들어가지......’ 그래서 아버지에게 굴뚝을 바꾸자고 투정도 부려 보았지만, 오히려 새로 지은 우리 집엔 작은 굴뚝 그마저도 없었다. 결국 나의 산타는 우리 집 굴뚝 탓에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못 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의미보다는 그저 전 세계의 겨울 축제 같은 날. 왠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야 될 것만 같고, 사랑의 말을 주고받으며 작은 리본을 장식한 선물과 함께 정성들여 카드를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눈을 기다리게 된다. 난 올해 전혀 생각지 못한 이에게 가슴 따뜻해지는 짧지 않은 카드를 받았다. 감동이고 감사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나의 네 아이들에게 어떤 유용하고 저렴한 선물을 할까 하는 고민을 여러 날 반복했었다. 넷이나 되는 아이의 선물을 준비하다보니 비용도, 고민도 남들보다 갑절 많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다 사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의 고민을 알아챈 걸까? 어릴때보다 커가면서 갖고 싶어하는 물건들이 오히려 작아져 갔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 일찍 철이 들어간 내 아이들. 자는 아이들 머리맡에 선물을 두는 재미도 쏠쏠 했는데...... 어느 해인가 아이들을 놀려주려는 생각에 선물은 숨기고, 창문에 낀 눈꽃같은 성애를 가리키면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막내는 아침마다 생기는 유리창의 성애를 보고 또 산타가 다녀갔다고 좋아 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지들이 나에게 기념할만한 많은 날들에 선물을 챙긴다. 안마기, 건강보조식품, 영양제, 화장품 등등. 나이 들어가는 엄마가 안타까운 모양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 “엄마 아프지 마!” 이제 내 아이들이 내게 바라는 선물은 나의 건강과 안녕이라니. 바르게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우면서도 서글퍼지는 것은 이 또한 나이 듬 때문이겠지.

   
 

 크리스마스 휴일을 틈타 엄마의 일손을 돕겠다고 온 둘째를 마중해 집에 들어 서는데 낯설지 않은 봉지가 하나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이브 낙서교회에서 오는 선물이다. “성탄과 새해에 평안과 축복이 넘치기를 기원 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이런 나눔을 하고 있다. 나도 더불어 성탄과 새해의 안녕을 기도해 본다. 여러분의 댁내에도 평안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 고순덕

-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 수상

- 영남투데이 생활수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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