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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 새해 더 큰 복을 받는 방법고순덕의 생활수기시리즈 80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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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2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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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더 큰 복을 받는 방법

고 순 덕

 

 친구와 초밥을 먹으러 또 다른 친구의 식당엘 갔다. 친구의 아내가 커다란 봉지에서 작은 봉지로 떡국떡을 나눠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예 우리야 뭐 잘 지내죠. 오랜만에 오싯네요.”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함께 간 친구가 떡에 대해 물었다.

“웬 떡이 이키 마내여? 뭐 할낀데? 떡국 좀 한 그릇 끼리조바!”

 인심 좋아 보이는 친구의 아내는 웃으며 식당에 들인 쌀에 물이 들어가 어쩔 수 없이 떡을 많이 하게 되었으며, 설도 다가오는데 주변분들과 나눌 생각이란 얘기를 한다. 그리고 가득담은 봉지 두 개를 내 밀며

“자 이거 갖다 떡국 끼리 잡사.”

“어이구 우리까지? 고맙습니다.”

그 순간 주방에 있던 또 다른 친구 등장, 악수를 청한다.

“오랜만일세! 새해 복 마이 받고.”

“난 벌써 복 받았다!”

하며 친구의 아내가 준 떡국떡 봉지를 들어 보였다.

“내가 복을 더 마이 받는 방법 알키주까?”

“우예만 되는데?” “이걸 가이가서 말라가이고 티우만 되여.”

“맞네. 맞아여!”

   
 

 한바탕 유쾌한 웃음이 팝콘처럼 튀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더 큰 복을 받기위해 채반에 떡을 널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떡이 내게 말을 걸었다. “딱! 딱!” 떡이 말라 갈라지면서 내는 소리였다. 또 한 번 혼자서 빙그레 웃는다.

 요맘때면 재래시장 한쪽 뻥튀기가게가 가장 분주한 시기다. 설날 제수인 유과나 강정을 만들기 위해 쌀을 선두로 갖가지 곡물들을 튀우기 위해서 줄을 선다. 잘 마른 곡물들이 동그랗고 시커먼 쇠덩이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참을 빙글빙글 불찜질을 마치면, 얼굴에 검정이 묻은 아저씨가 쇠덩이 앞에 속이 보이는 이상한 터널같은 것을 갖다 댄다. 이내 호루라기를 불고 “펑!” 주변이 온통 뿌옇다. 요즘엔 이런 모습도 귀하지만 예전엔 이렇게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튀어나온 튀밥들을 하나라도 더 주워 먹겠다고 동네 아이들이 송사리떼처럼 몰려들었다.

   
 

 겨울이면 일년에 한두번 뻥위기 아저씨가 마을을 찾았다. 마을회관 앞 양지바른 곳에서 종일을 진을 치고, 동네 아이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한방 한방 튀겨질 때마다 밖으로 튀어나온 커다랗고 뽀얀 쌀이며 보리, 콩들이 어쩜 그렇게도 달고, 입안에서 바삭바삭 사르르 녹는지. 반나절을 그렇게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뻥튀기 아저씨에게 나뭇가지도 주워다 드리며, 기계 주변을 서성거렸다. 기계의 모습도 신기하고, 가끔씩은 아저씨가 동네 오빠들에게 기계 돌리는 일을 맡기기도 했다. 그리고 나무를 주워오거나 기계를 돌린 오빠들에겐 튀밥이 다 되면 한주먹씩 주었다. 어린 우린 그 반열에 들 수는 없고, 호루라기소리가 나면 멀리 창고 뒤로 도망갔다가, 얼른 다시 돌아와 기계에서 잘 못 튀어나온 것들을 주워 먹었다. 이 때는 땅거지 어쩌고 하며 놀리는 일도 없다. 너 나 없이 땅거지가 되었다.

   
 

 “엄마~~ 우리도 튀밥 해먹자 응. 꼬마네는 콩도 튀우고 보리쌀도 튀았고, 수미네는 누룽지도 튀았데여. 엄마 우리도 한번만. 딱 한번만 튀밥 튀우자 엄마. 응 엄마!” 동생과 내가 종일을 따라 다니며 졸라도 헛일이다. 곡식도 퍼내고 돈도 들여야 하는데다가, 배도 안부른 그런걸 왜 해 먹냐는 것이 엄마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핸가는 엄마가 쌀을 한됫박 퍼 주었다. 나와 동생은 나르듯이 회관으로 달렸다. 그런데...... 그런데 뻥튀기 아저씨가 전을 접고 저만치 가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쌀 가이고 왔는데요 아저씨!” “오늘은 끝났다. 담에 해라!”

 담에 언제...... 또 언젠가는 엄마가 서둘러서 튀밥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송사리떼처럼 몰려든 이동네 저동네 아들한테 한 줌씩 다 나눠주고도 모자라 동네 아재, 아지매에 구경 나온 할배, 할매들까지 다 한 줌씩 나눠 주었다. 그 옆에서 지켜보는 내 속이 얼마나 썩는지? 가득하던 자루가 푹푹 들어갔다. 엄마는 동생과 내가 얼마를 졸라서 겨우 한 번 해 주면서, 동네 사람들한테는 왜 저렇게 퍼주는지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엄마의 자루를 빼앗듯 낚아채어 집으로 냅다 달렸다. 동생과 나의 행복한 날은 그 날이 다였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우리에게 다시 튀밥자루를 빼앗고 겨우 작은 바가지에 한바가지를 퍼 주고는 주둥이를 틀어 묶고는 다락으로 올리고 문을 잠궈 버렸다. 그 자루는 설이 되고 큰언니가 오고, 사촌오빠나 친척들이 왔을 때 다락에서 내려왔다. 먹을 것이 흔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

 어릴 적 코미디 프로에서 허풍스런 입담과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며 “뻥이요” 하던 유행어가 생각이 난다. 새해 더 큰 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떡국 떡을 튀워서 먹는 방법도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그들과 함께 사랑과 웃음을 뻥 튀워서 나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고순덕

-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 수상

- 영남투데이 생활수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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