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1. 고사갈이(高思曷伊)

이 정 록

 

이정록
이정록

 문경 하면 새재가 연상되고, 새재 하면 문경이 떠오른다.

 문경사람이 아니라도 문경새재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모두에게 상당히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와 있었다.

 문경(聞慶)이라는 지명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문경현 건치연혁 조에 의하면 고려시대 때는 문희(聞喜:기쁜 소식을 듣다.)라고 칭하다가 고려 후기에 문경(聞慶: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경의 신라 때 이름은 관문현(冠文縣), 또는 관현(冠縣)이라고 하다가 경덕왕때 관산현(冠山縣) 이라고 하였다.

 문경읍의 뒤편(북쪽)에 있는 산이 주흘산(主屹山)이고 주흘산이 문경의 진산(鎭山)이 된다. 주흘산의 모습이 사대부가(士大夫家)의 지체 높으신 어르신께서 머리에 쓰시던 고급스러운 관(冠: 옛날 모자)의 형상과 흡사하여 문경의 지명을 주흘산의 형상(冠)에서 따온 관산(冠文, 冠縣, 冠山.)이라고 하였는데 조금은 생뚱맞은 고사갈이(高思葛伊)라는 지명(地名)도 등장을 한다.

 고사갈이 역시 주흘산의 형상에서 따온 말이다. 모자를 한자로 관(冠)이라고 쓰는데 모자를 모자(帽子)로 직설적으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관(冠)이나 모자(帽子)라는 사물을 한자를 사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모자를 순수한 고어를 찾는다면 고깔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훈님의 승무에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라는 구절에서 고깔은 끝이 뾰족한 세모 형태의 모자를 지칭하자만 먼 옛적에는 모자를 일컫는 옛 고유어이기도 하다. 이 고깔을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하는 방법인 차자(借字: 석독 표기와, 음독 표기) 표기 중 음차(音借)을 이용하여 쓴 것이 고사갈이(高思葛伊)다. 고사갈이란 고깔(옛적 모자를 지칭) 모양을 한 주흘산의 형상을 음차(고ㅅ깔을 고사갈이로 풀어서)를 따서 표기한 것이다. 통일신라 시절 차자표기가 성행하던 시절 문경의 지명에도 사용되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고 그래서 고사갈이(高思葛伊)는 문경의 옛 지명인 관산(冠山)과 함께 재미있는 이름이고 매력 있는 지명이다.

문경 주흘산
문경 주흘산

 주흘산은 해발 1106m로써 산 정상부분이 암벽을 둘러 있어 그 모양이 관(冠)의 형상을 하고 있어 고귀한 혈통을 지닌 귀족 같은 기품이 느껴지는 산이다. 새재(명승32호)와 함께 영남대로의 옛길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곶갑천(串岬遷:명승31호)을 지나 꿀떡고개 서낭당 마루에서 올라서면 멀리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고급스러운 관(冠) 모양을 한 기품 있는 산이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이다. 처음 주흘산을 대하는 사람이라도 주흘산의 그 특이한 모습을 접하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저 산이 관(冠)을 닮은 관산(冠山)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주흘산은 빼어난 경관에 매료될 만큼 운치 있는 산이다. 주흘산 중허리에 구름이라도 한두 점 걸려있을 때면 주흘산은 먼먼 전설 속에서나 나옴직한 신령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문경 주흘산
문경 주흘산

 

 영남투데이는 4월3일 수요일 부터 매주 수요일에 이정록 경상북도 향토사협의회 문경시 위원의 문경새재를 기고합니다.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영남투데이 편집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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