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0 화 15:58
> 오피니언 > 문학
[화요문학] 변소에서 펼쳐진 역사고순덕의 생활수기91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4.30  09:18:0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변소에서 펼쳐진 역사

고 순 덕

 

 요즘 아이들은 변소란 말을 알기는 할까? 예전에 변소가 언제부터 화장실로 바뀌었는지 어쩌면 수세식으로 바뀐 때부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전엔 뒷간이라고도 해서 우리 몸에서 배출된 그것들이 노출되어 있다보니, 악취가 나고 건물의 뒤쪽에 주로 자리했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하나 한가지,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는 말은 현대에 들어서는 적합하지 않다. 뒷간은 실내로 들어 욕실과 함께 있으며, 젊은 세대들에게 처가는 가까울수록 아내와 아이 육아에 편하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변소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다.

 예전에 어떤 이는 이름에 ‘분’자가 들었는데, 엄마가 자신을 화장실에서 낳았다하여 똥분(糞)자를 썼다고 했다. 상상은 여기서 금물! 지금은 어쩜 개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시고모님은 어려서 유난히 변소 가는 것을 무서워했는데 어느 날 밤, 볼 일을 보느라 쪼그려 앉은 어린 몸 위로 뱀이 떨어져 기겁을 하고 튀어 나왔더란다. 그 소리에 놀란 시조부께서 뛰어나와 지게 작대기로 “막내딸을 놀라게 한 요놈의 뱀!” 하면서 뱀을 죽였다고 했다. 아마도 변소 천정에 또아리를 틀고 자던 뱀이 시고모님이 촛불을 들고 오밤중에 변소에 들자 뱀도 놀라 떨어졌나보다. 고모님이 그 일을 얘기 하실 때면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지 몸을 움츠리고,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그 뱀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고 머리를 내 젓는다. 정말 그랬을까? 정말 그 뱀이 아직까지 저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학창시절엔 최고의 벌이 변소청소였고,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지 않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변소였다. 지각생, 숙제 안한 사람, 싸움을 한 친구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벌이었던 변소 청소는 물동이에 물을 길어서 부어가며 변기 주면에 묻은 거시기들을 박박 문질러 씻어야 했다. 다리가 짝짜기인 학생은 분명 없었는데, 왜 이것이 옆으로 묻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변소 문 앞에는 각 학년과 반이 붙어 있기도 했고, 교사용이라고 선생님들이 쓰시는 칸이 따로 지정되어 있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왜 따로...... 지금도 그런가? 그리고 변소 뒤에서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절대 알려주지 않는 위계질서(?)를 잡고,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 힘 꾀나 쓰거나 한 카리스마 하는 부류들끼리 모여 입으로 연기만들기 탐구생활을 했고, 어른들에게 검증받지 않은 질서를 확립하고 바로 잡아 나갔다. 변소 뒤에서 가끔 주먹대장이 나타나기도 했고, 돈이 돌고 도는 경제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춘기시절 서로 사랑의 막대가 엇갈린 이들의 교통정리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부러지기도 했다. 변소 뒤는 어둡고 냄새나는 곳 이었지만 학창시절 소수인의 아지트로 각광 받았다. 다수의 학생들에겐 가 볼 수 없는 성스러운(?) 그런 곳.

 군복무시절 남편에게 변소, 아니 이 때는 이미 화장실이었겠지? 천국이었다고 한다. 선임들의 따가운 눈총 없이 초코파이와 뽀글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고, 너덧 장씩이나 되는 나의 편지를 맘 편히 다시 읽을 수 있는 곳이었단다. 신혼여행을 울릉도로 갔는데 그 곳에서는 파도가 씻어주는 수세식 변소를 경험하기도 했고, 결혼을 하고 새 집을 지은 후에는 모닝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아직도 야외 행사장 간이 화장실엔 간간이 예전의 그 변소냄새가 나는 곳도 있지만 수세식으로 바뀌고 화장실이 되면서 부터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언젠가 어느 화장실에 갔을 때 인테리어가 너무 예쁘게 되어 사진을 찍어 온 일도 있다. 요즘 휴게소 어딜 가더라도 잔잔한 음악은 기본,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그림과 시, 풍경과 이야기가 있는 그야말로 휴게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화장실.

 내가 일하는 곳에도 가끔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볼 일을 본 후 물을 내리지 않고 급하게 가시는 분들이 있다. 예전에 똥도 거름이고 재산이라고 남의 집에서 볼 일을 보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귀한 자신의 분신 잘 갈무리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

 똥 꿈을 꾸면 부자가 된다던데 변소이야기 많이 들었으니, 오늘밤 똥 꿈 꾸고 부자 되세요.

   

▲ 고순덕

-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 수상

- 영남투데이 생활수기 연재

변해철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37200 경상북도 상주시 중앙로 130(낙양동)202호   |  대표전화 : 054-535-0069  |  팩스 :0504-046-1517
등록번호 : 경북 아0032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변해철  |  E-mail : ynt@yntoday.co.kr
후원계좌 : 농협352-0787-9603-63(예금주 영남투데이)  |  사업자등록번호 : 511-90-61532
(본신문에 게제된 컨텐츠에 대한 모든 권리와 책임은 영남투데이에 있습니다.)
Copyright © 2019 영남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