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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 못 말리는 머시마들고순덕의 생활 수기 97번째
변해철 편집국장  |  ynt@y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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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1  11: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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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머시마들

고 순 덕

 

 어느 날 직장 동료분이 점심시간을 틈타 옆 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고사리 한 대를 발견하고 다시 하나 추가, 그 옆에 취나물도 하나, 또 하나...... 슬리퍼 발로 제법 많은 산나물을 채취해 온 일이 있었다. 이를 본 또 다른 동료분이
“여사님, 요새 산에 그런 신 신고 다니만 클나요! 등산화나 장화를 신고 댕기시야지 뱀 나오만 우옐라고 그캐요?”
그로부터 시작한 뱀 이야기는 몇 날 며칠 계속 되었다. 요맘때 학교 갔다 오다가 풀밭에서 기어나온 뱀을 뽕나무를 꺽어 껍질로 묶고 빙빙 시기 돌리다 땅에 던지면 뱀이 지그잭 트위스트를 춘단다. 원심력에 의해 척추가 다 분리된 고통과 다시 맞추려는 삶의 용트림을 보고 재미있었단다.

 또 어떤 때는 동네 빨래터에서 처자들이 빨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 반쯤 껍질을 벗긴 뱀을 던져두고, 나무 뒤나 멀지 않는 곳에 숨어 기다렸단다. 그럼 맨 먼저 오는 처자가 뱀을 보고는 빨래방티를 집어 던지고 “엄마야!” 하며 달아나는 꼴이 재미있어 입을 막고 끽끽 거리다가 그중에 좀 담대한 처자에게 걸려 빨래방망이로 몰매를 맞으면서도 즐거웠다고 했다.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무서워도 않는 내게 뱀과 쥐꼬리는 정말이지 싫은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뱀 이야기를 듣는 것만도 곤욕스러워 인상을 찌푸렸는데 동료는 그게 더 재밌었는지 그 외에도 많은 뱀에 관한 징그런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머시마들이란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머시마들이 이 땅에 태어난 사명이 가시나들을 괴롭히는데 있는 것인지? 학교 운동장이나 잔디밭에 풀을 뽑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막대 끝에 얹어 가장 연약한 가시나를 찾아가 슬그머니 던졌다. 가시나는 기겁을 하고 결국 찔찔 눈물까지 짜내고, 용감한 난 그 머시마를 응징하기위해 도망가는 녀석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울고 있는 가시나도 참 그랬다.

 ‘지렁이가 뭐 무섭다고 찔찔 짜는지? 그러깨 머시마들이 더 기가 살아서 저카지! 무숩고 놀랠 것도 만타. 지보다 저 지러이가 더 무숩고 놀랬을껄.’ 하는게 내 생각이었다.

 또 어떤 날은 점심시간에 열심히 고무줄 놀이를 하는 가시나들의 고무줄을 끈어 먹기도 하고, 진편이라 고무줄을 잡고 가만히 서 있는 가시나의 치맛단을 들추고 도망가기도 했다.

 “저기 씨. 문디것은 머시마가 미쳤나? 거 안설래! 니 잡히기만 해바라.”

 역시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고 우는 치마 입은 가시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맨발로 달리는 것은 나였다.

 좀 더 커서 중학생이 되고 속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을 때도 머시마들은 만만한 가시나의 속옷 끈을 잡아당기고 도망을 했다. 하얀 하복에 보리깜부기 칠을 하기도 했고, 대놓고 누가누가 못생겼고 뚱뚱하다고 놀려댔다.

“나쁜 누무 새끼들!”

   
 

 머시마들이 만행은 ‘신윤복의 단오풍정’에서도 볼 수 있다. 단오를 맞아 냇가에서 머리를 감거나 그네를 타는 아낙네들을 훔쳐보며 무언가 작당을 하는 듯한 저 개구진 표정. 아낙네들이 놀라게 돌을 던지려는건지? 아님 나뭇꾼처럼 옷을 훔치려나? 설마 뱀을 던지려고 저러는건 아니겠지!

   
 

 나중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그 나쁜 머시마들의 만행이 단순 장난만이 아니라 맘에 있는 가시나에 대한 호감의 표현이기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것에 생각이 머물게 되자 갑자기 우울해 진다. 머시마들은 내게 그런 망나니짓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내게 호감을 가진 머시마가 하나도 없었다는....... 그도 그럴밖에 난 꼬마한테는 항상 지지만 학교에서는 목소리가 큰 가시나 중에 하나였다. 우는 가시나를 대신해 응징에 나서길 잘 했고, 머시마들의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니 누가 감히 내게 그런 행궂잖은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눈 아래로 보이던 머시마들이 이젠 중년의 사람향기 풍기는 멋진 어른이 되어 동창회에서 만나자고 한다. 나도 이젠 그 때의 말괄량이 삐삐같은 가시나가 아니기에 살짝 마음이 설레어 본다. 하지만 그도 잠시, 첫 만남의 어색함은 금새 사라지고 그 때의 머시마 가시나로 돌아가 “야!” “자!” “가!” “니!”하며 야단이다. 이래서 어릴 적 친구는 허물없어 좋다고 하나보다.
“친구들아 올해도 동창회 함께 하지 못해 미안. 몸무게 10Kg만 빼면 갈게. 보고싶다 친구들. 머시마 너들도......”

   

▲ 고순덕

- 2017경력단절예방 우수사례공모작 대상 수상

- 영남투데이 생활수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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