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계절이 점차로 따뜻해지더니 멀지 않아서 더위를 느낄 정도의 날씨가 다가올 것인데, 이렇게 계절이 바뀌게 되면 옷차림이 가볍고, 얇으며, 화려하게 된다. 특히 젊은 층의 여성의 차림은 얇게 비치기도 하고, 아름다워지면, 이를 보고 ‘야하다’라는 표현이 나오게 되는데, 왜? ‘야하다’라고 할까?, 며칠 전에도 계절이 바뀌어 봄옷이나 한 벌 사서 입을까? 하고 옷가게에 들렀더니 가게주인이 옷을 골라서 권하면서 ‘나이가 드시면 이런 야한 색깔도 좋아요’ 받아서 보니 화려한 색상의 옷이었다. 왜? 이런 색깔의 옷이 야하다고 할까? 평소에 생각해 왔던 야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인 것 같았다.

조금은 서두르며, 살짝은 기대에 차서, 혹시 누가 보려나 뒤도 흘끔 돌아보며 국어사전에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야하다’의 풀이는 漢字(한자) ‘野(야): 들, 촌스럽다, 거칠다’ 또는 ‘冶(야): 불릴, 불리다, 꾸미다, 장식한다.’라는 글자에 동사 ‘이다’를 붙인 것으로, 즉 ‘천하게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자극적이다.’, ‘성적으로 자극하는 상태에 있다.’, ‘품격이 없고 거칠고 상스럽다.’라고 풀이가 되어 있었다. 무언가 평소 생각하는 의미와 앞뒤가 맞지 않았고, 漢字(한자)도 너무 뜬금이 없다. 옷가게에서 파는 옷이 굳이 천하게 느껴지는 옷을 팔 이유도 없고, 거칠고 상스러운 옷일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성적으로 자극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색상이 화려한 옷이 야하다고 하니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이 쓰이던 시절의 관념에서는 화려한 색상의 옷이 야한 옷이었으리라.

이제는 세월 따라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세상도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 방송에서 ‘야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방송 출연 정지를 받았던 시대도 있었으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키스 장면조차도 검열당했던 때도 있었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 제목 하나로 외설 시비에 휘말렸던 ‘마광수 교수’ 사건도 있었다.

지금은 ‘섹시’나 ‘야하다’라는 단어는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대중가요에서는 과장하여 쉼표보다도 더 많이 나오고 있는 때이다. ‘야하다’라는 기준도 많이 바뀌었는데 어쩌면 시절에 알맞게 ‘야하다’라는 단어도 점차로 그 농도가 달라지고 있는가 싶다. 개인마다 야함의 기준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듯이 말이다.

아직도 ‘야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혼자서 얼굴이 빨개지는 머릿속의 상상은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요즘의 동화책보다도 더 밋밋할지도 모른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야한 상상의 농도를 높여본다. 음…. 음…. 역시 그렇다!, 얼굴이 빨개지며, 컴퓨터 자판에서 오타가 자꾸 나온다. 여기까지 궁금해하지 말기. 세상 모든 이의 흐뭇한 시간을 응원한다.

 

                                       ♦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한국농촌발전연구원(KIRD)수석전문위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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