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다 -ᆢ ᆢ 躊躇"

옛날에 숲속에 주저(躊躇)라는 동물이 살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해가 하늘 가운데에 떠 있을 때 일어나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먹이를 구하러 사립문 앞에 나와서, 동쪽으로 가면 먹이를 구할까? 서쪽으로 갈까? 남쪽으로 갈까? 아니면 북으로 갈까? 문 앞에서 서성이며 눈을 동서남북, 사방팔방 두리번 거리며  망설이다가 다시 들어가 생각해보고 갈곳을  정하기로 했다.

배는 고프고 새끼들은 보채고 나갈려니 어느 방향으로 가면 좋을 지?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고, 새끼들의 보채는 울음소리에  견딜 수 없어서 보금자리를 박차고 문밖에 나와서는 다시 어느 방향이 좋을까? 생각에 빠져버린 주저(躊躇), 배고파 보채는 새끼들의 울음도 잊고, 끼니도 잊고, 그냥 모두 잊어버리고 멍하니 서 있다가 새끼와 함께 굶어 죽은 다음, 주저(躊躇)는 동물계에서 사라지고 말았으니, 그  후 주저(躊躇)라는 이름은 주저 주저하는 병의 이름으로 남았다고,

그런 주저병(躊躇病)은 의학사전에도 없는 병이며, 병원에 가도 치료되지 않고 약방에 가도 처방과  조제가 가능한 약이 없다. 사흘, 닷새, 이레, 아흐레 이래 저래 주저주저하다가 방향을 잡지못하는, 아직도 방향잡지 못한 주저들이 많은 이른바 오탁악세(五濁惡世)-5가지 더러움이 가득 차 있는 세상; 5가지 더러움-겁탁(劫濁: 시대의 더러움), 견탁(見濁: 사상. 견해의 더러움), 번뇌탁(煩惱濁: 마음의 더러움), 중생탁(衆生濁: 함께 사는 이들의 몸과 마음의 더러움), 명탁(命濁: 목숨에 따른 더러움)이니 자못 씁쓸하다.

자신 목구멍 걱정도 하지만, 주저병(躊躇病) 환자 걱정도 하며 살아가기를, 그러다 저러다 모름지기 먼저 헤아려보고 돌아오는 주저병(躊躇病)에서 해방된 선행자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 뭐?!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시인,수필가,한시시인,호는 유천(裕泉) 

전)FAO-CGIAR-ICRISAT국제작물연구소 수석연구원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필리핀 벵궤트 주립대학교 종신교수

현)한국정부 공적원조(ODA)전문가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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