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 흑진주(黑珍珠)"

우리나라의 식물이름 가운데 듣기가 아주 민망하고 상스러운 이름들이 있다.  그 예로, 개불알꽃, 며느리 밑씻개, 중대가리풀, 소경불알, 애기똥풀, 개똥쑥, 쥐똥나무 등이 있는데 언젠가는 아름답고 좋은 이름으로 바뀌기를 바래보며 이중에서 늦가을에서 초겨울철에 더욱 아름다운 나무인 한 식물에 대하여 명성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면서 긁적여 본다.

이 나무는 가을이 되기전에는 녹색이였던  열매가 때가되면 검고 아름다운 열매를 보여주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열매를 누가 쥐똥(?)이라 했을까? 봄, 여름, 가을 철에는 꿀벌과 나비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향기롭기 짝이 없는 그 꽃이 남긴 열매를 보아 오다가 늦가을 열매의 결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모양이 못나지도 않았는데 겉모습이 쥐똥을 닮았다고 의미없이 무심코  '쥐똥나무' 라 이름지었을 것이다. 이럴 때마다 다시 깨닫는데, 어쩌다가 붙인 이름이 오래 오래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자기 의사와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이라해서 아무렇게나 이름지어 부르고 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에게 다가가서 혼잣소리를 해본다. '어이 나무야, 꽃과 열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서 참 고마웠다! 그래서 새로 이름을 지어주마! '흑진주(黑珍珠)' 라고 어쩨 좋지?' 가만히 서있던 나무가 뭐라고 하는 듯 바람결에 잎이 흔들리며 답하는 듯하다. '고맙워요! 너무 좋은 이름이어서 아주 좋아요! 이 못난 이름 때문에 그 동안 열등감에 젖어 있었는데, 참 좋은 이름 이어서 아주아주 고마워요!' 좋아하는 것 같은 나무를 보고 돌아서니 참으로 흐뭇했다. '흑진주나무야! 고맙다! 이렇게 나도 기분이 좋으니, 너는 정말 사랑받을 수 있는 나무란다.' 묵묵히 답해 주었다.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호는 유천(裕泉), 박사, 시인, 수필가, 한시시인

전)FAO-CGIAR-ICRISAT 국제작물연구소, 수석연구원

현) BENGUET STATE UNIVERSITY,
Lifetime Achievement Professor (종신석좌교수)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정부 공적원조(ODA) 전문가 개발도상국가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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