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걸음으로......,"

경상북도청이 있는 예천군 호명읍에는 도정서원이 있다. 그 서원은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였던 약포 정탁(藥圃 鄭琢)선생을 배향하고 있다. 선생은 퇴계 이황 선생과 남명 조식 선생에게 사사를 받기도 했으며,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적극 구명하였던 일로도 유명하다.

배움 시절, 약포 선생은 스승에게 하직인사를 했더니, 스승이 '뒷 뜰에 황소 한마리를 매어 두었으니 타고 가라'라고 했다. 뒷 뜰에 나온 선생은 아무리 황소를 찾아도 황소는 커녕, 송아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아서 멍하니 서 있자 뒤따라 나온 스승이 이르기를 '자네는 말과 행동, 그리고 의기가 너무 민첩하고 날카로운 것이 마치 질주하는 말과 같다네, 그러다가는 뜻이 꺽여지거나 행동이 실수하기 쉬으니 매사에 신중하고 차분하고 때로는 둔해야 비로소 멀리 지치지 않고 갈수 있다네, 그래서 자네를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황소'를 타고 세상에 나가라는 이야기 일세'라고 일러주었다는 일화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즉 꾸준히 지치지 않는 황소의 걸음은 천리를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어쩌면 바쁜 세상을 사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민첩하고 빠른 판단 만이 아니라 때로는 우직한 황소걸음이 필요하다. 조금 늦드라도 황소의 걸음으로 서로의 귀함을, 반가이 미소를 건네면서 힘이 되는 격려의 담소를, 먼 길일지라도 걸음과 걸음으로 벗과 이웃에게 함께 삶을 즐기기를, 황소걸음에 언제나 건강, 행복, 평화가 가득해 지기를......,

윤장원 박사
윤장원 박사

 

♦윤장원♦

호는 유천(裕泉), 박사, 시인, 수필가, 한시시인

전)FAO-CGIAR-ICRISAT 국제작물연구소, 수석연구원

현) BENGUET STATE UNIVERSITY,

Lifetime Achievement Professor (종신석좌교수)

현)농사협(RSDC), 농촌개발본부장

현)정부 공적원조(ODA) 전문가 개발도상국가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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