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번차승진 지금은 없는 사람의 *전번이 휴대폰 속에숨어있다그와 가끔 대화를 나눴던 유일한 숫자의 통로가궁금했다 이미 부재한 사람을 호출해 보는 야릇한존재의 손 떨림... 범접할 수 없는, 잠가도 잠그지 못한바람 불면 열리는 쪽문이 있다 언젠가 그 길 걸어가야 할 사람들 속에오늘 밤 문득 그대가 그리워 없는 줄 알면서눌러본 그대의 문 앞에서, 열릴 듯 열리지 않는들릴 듯 들리지 않는, 지금은 부재중인 침묵 속의결번…… *전번- 전화번호
8. 청운(靑雲)의 꿈 과거(科擧)길 영남의 유생들은 식년시를 비롯하여 각종 별시를 치루기 위하여 수도 없이 새재를 넘어야 했다.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에 올라가서 과거에 응시했던 많은 유생들의 소망이 모두 다 이루어 질수는 없었다. 과거급제의 영광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실현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새재를 넘었던 많은 유생들은 낙방이라는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낙향 할 수밖에 없었다.추풍령이나 죽령을 넘지 않고 새재를 넘어 과거길에 올랐던 영남의 유생들은 귀향길에도 추풍령이나 죽령을 넘지 않고 새재를 넘어 귀향 하였다. 과거급
과일을 먹으며차승진 둥근 접시에 담아온 과일을은빛 포크로 찍어 입에 넣는다. 그녀의 심성처럼 부드러운 속 살 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는동안, 사랑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다내 손을 움켜잡는,별빛 눈동자! 그렇구나, 달콤한 부드러움 속엔그것을 지켜온 우주의 기둥이있었구나, 까만 눈동자의 앙증맞은너의 심장!
세상의 아내들에게~마누라 전상서차승진바람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먼발치에 돌아서 있어도나의 허튼 몸짓 하나까지감지하는 그대! 한걸음 물러서 있는 나를 눈빛하나로 당겨 서게 하는 그대는누구신지요 그 무엇이 있어, 뿌리치듯 달려온그대는 지금 어디 서 있는지요 언성 높여 말하던 그때처럼 불안한조바심이 촛불처럼 흔들리게 하는그대는 누구신지요 온돌방 잠든 아들의 얼굴을쓰다듬어 주시던 울 어머니 같은지쳐 잠든 평온을 감싸 안은그대는 누구신지요 차마 못다 한 그때 그 얘기….자백하듯 오늘 밤 편지를 씁니다세상의 모
그 섬에서차승진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생일날처럼 그 섬에 간다 멋진 풍경 따라오는 승합차 속 아이들 손에 들린 모바일 게임거가대교 길이 만큼 늘어지는어른들 수다~ 해저터널 속으로 잠깐의 추억은역사의 배경이 되고 바다에 그물 내리듯,살며시 찾아온 밤섬 섬마을 바다 펜션 베란다,아이였던 딸아이 앞에서 우리는 가로등 같은 눈빛으로밤바다에 통통배를 띄우면 별은 점점 더 낮게 내려와아내와 딸아이 가슴을 적신다 철썩이며 다가오는 파도 소리밤은 점점 깊어만 가는 데, “등댓불 깜빡깜빡….” 노랫말 같은 아,여행이 인생의 천국이라면&
7. 청운(靑雲)의 꿈 과거(科擧)길 이정록새재 입구에 있는 선비상은 새재를 상징하는 조형물 중의 하나이다. 새재는 청운의 큰 뜻을 품고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이 넘었던 고갯길이다. 현대식 도로로 개설이 되면서 옛길이 조금 변형되기는 했지만 새재는 아직도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는 고개 길이다. 부푼 희망을 가슴에 안고 과거(科擧)길에 올랐듯 선비들의 체취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새재는 영남대로의 천리 길 중 옛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고갯길이다.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
전 화차승진 한밤중 전화벨이 울린다.습관처럼 수화기에 귀를 댄다. “여보세요~” 어둔 밤누군가 날 찾아왔다가 발길 돌리는그 사람 모두가 잠든 밤 얼마나 간절하면수면 속 에너지 일으켜 깨웠을까없던 힘 샘솟게 한 속내를털어놓으려다 주저앉은그 사람 언젠가 나도 보이지 않는그 사람등 뒤까지 갔다가 죄인처럼 발길돌린 날 있었다. 감은 눈 또 감아도 보름달처럼 떠오르는그 사람 닿을 듯 닿지 못하는한 뼘의 거리…….
아버지의 초상차승진 그리움이 사무칠 때무언가 채워지지 않을 때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처럼가슴 속 저장된 기억의 부속품들이울컥 밀려 나온다.저울로 달 수 없는 감정처럼둥! 징 소리처럼 오래 머무는얼굴이 있다. 어떤 노랫말처럼 거역할 수 없는한 번도 넘겨보지 않은, 책장 속의 책처럼어느 날 문득 쓸쓸한 슬픔으로다가오는 얼굴이 있다. 옛이야기 같은 전설의 얼굴이있다.드러내지 않는 깊은 우물 속 같은그 사람통장에 잔액이 드러났을 때비로소 느낄 수 있는,그런 허전한 사람 그 사람을 우리는,'아버지!'라고
아내의 꽃밭차승진 동. 남쪽 햇살 드는 창가에 아내의꽃밭이 있습니다.티브이 켜진 거실에 가족들 모여 앉아밤 이슥토록 브라운관 불빛만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 아내의 꽃밭에밤새 핀 벚꽃처럼 야생화 꽃 등불일제히 켜졌습니다. 하늘 향한 천상초, 보라색 깨 눈이, 종지 제비꽃, 나도 부추 꽃, 아내의 가슴 속 저장된 은밀한 계획들이희망의 파스텔 빛으로 동동 떠오릅니다. 골 깊은 지리산이나, 해풍 부는 남해 금산 자락을스쳐 온 금빛 햇살이 아내의 꽃밭으로찾아 왔습니다. 오랜 습관으로 등 돌려 자던 아내의 뒷모습이돌아가는 팽이처럼 제 자리를
6. 푸 실(草 谷) 이정록 새재 골짜기에 위치한 푸실은 봄철이면 두견새 울음소리가 유달리 애절하게 느껴지는 마을이다. 밤을 꼬박 세워가며 울어대는 두견새 울음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한다. 집을 떠나 먼 길을 가다가 첩첩산중 새재에서 하루 밤을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길손들이 두견새 울음소리에 잠 못 이루며 감회에 빠져 들었을까? 두견새는 소쩍새, 접동새, 자규(子規), 불여귀(不如歸) 귀촉도(歸蜀道) 촉하혼(蜀化魂)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새이며 깊은 밤 깊은 숲속에서 울어대는 애절한 울음소리 때문에
빨래를 널며차승진 휴일 아침 빨래를 넌다.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얽히고설긴, 옷가지와 양말을 분리한다. 세탁기에 들어간 가족의 일상들이둥근 통 속에서 어우러지며 돌고돌아 묵힌 속내가 햇빛에 드러난다. 몸을 감싸 안은 옷들이 몸을 푸는빨래방에서 '화합하자' 손을 잡는그곳, 아직 잠 깨지 않은 빨래들이잡은 손 놓을 줄 모르고 엉켜 있다.아내의 일상을 생각하며 작은 일손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많은 날 세탁기처럼 분주하게돌고 돌아가며 가족들 손이되어준, 아내! 빨래를 널며, '행복'이라는말도 함께 널어 보는,
부부차승진 어쩌다 농담으로 한 마디 던진 게말다툼으로 번지는 불같은 사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이건 아닌데,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풀리지 않는 수학문제 같은 사이 그러다가 휴대폰 벨이 울리고우리집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아내의 심상찮은 급격한 저음,그렇게 막막했던 수학문제가 봄날에얼음 풀리듯 사르르 닫힌 문싱겁게 열리는, 그런 사이 모처럼의 드라이버길신나게 콧노래 부르며속도를 높이면,땡벌처럼 무망 질에 탁! 쏘아부치는 그런 사이 늦은 밤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방에 들면, 자는 척 감은 눈으로슬며시 돌아눕는, 어머니 같은 그런 사
5. 푸실 (草谷) 이정록 새재 일원에 있는 마을이 푸실(草谷)이다. 억새풀을 헤치며 마을을 처음 개척했다는 푸실은 새재와 맥락을 같이 한 마을이다. 푸실은 새재와 함께한 마을이기에 조선왕조 오백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길손을 맞이하고 또한 많은 길손을 보내야했던 마을이다. 윗푸실(上草里)은 새재도립공원 정비사업으로 관문 안에 있던 마을을 대부분 이주시켜 새재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옛 모습을 잃었으나 아랫푸실(下草里)은 아직도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연륜을 자랑하는 해묵은 느티나무가 하늘을 온통 가려 두
그녀가 순해지고 있다차승진 가마솥 열기처럼 더워지는여름 태극선太極扇 바람을 부르는장미의 가시보다 까칠한,그녀가 부드러워지는아침 보름달 같은 손주를 품고 있는아내! 달빛을 업은 별빛을 안은그녀가 순해지고 있다. 장미꽃보다 향기로워지고있다.
4. 한국인 모두의 고개 새재 이정록 이곳 진안 삼거리에는 자연석 화강암에 문경새재 비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새긴 비로 1977년 9월 경상북도에서 세웠다. 전체 높이 4.4m에 이르는 이 비석의 간석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발톱을 깎으며차승진 발톱을 깎는다.온 몸을 운반해주는 친절한하인 같은 듬직한 발. 그 발을 지켜주는 열개의 발가락무심코 바라보는 웃자란 발톱대개 묻힌 것들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명절에 한 번가는 옛날 동네 목욕탕처럼나는 큰 맘 먹고 웃자란 발톱을 깎는다. 말 못할 비밀을 고해성사 하듯오늘 밤 나는 발톱을 깎으며 먼 길 떠나는,여행객처럼 비장한 각오로 몸의가장 끝부분을 단장丹粧한다.
3. 한국인 모두의 고개 새재 이정록 조선의 개국과 때를 같이하여 열린 새재는 영남대로의 철리길 중 가장 험준한 곳이며 또한 요새다. 제 3관문인 조령관이 있는 새재마루는 해발 642m로서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고개 중에 높은 고개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주변에 1천미터 안팎의 높은 산들이 둘러있어 그 어느 고개보다 심산유곡에 위치한 고개이다. 시인 김하돈은 그의 저서 [고개를 찾아서]에서
아는 여자차승진 백 팩을 메고 양산을 들고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여자점심시간을 10분 앞당겨 가려는여자밑반찬을 맛있게 해치우는여자더치페이가 분명한여자한번 말한 걸 반복하면 화를 내는여자첫 느낌이 별로였던그 여자부부가 서로 존댓말 하며 산다는그 여자......믿음이 의심되면 맘을 열지 않는그 여자남의 편이 되어 주고 싶다는그 여자잠잘 땐 부부가 손잡고 반말한다는그 여자언젠가 헤어져도 생각이 날 거라는그 여자등짐진 백 팩보다 반듯한,그 여자사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그 여자 비가 오면 생각날 것 같은그 여자...,
2. 초점(草岾)과 새재(鳥嶺)이정록 문경새재! 고개(嶺) 하면 문경새재가 연상될 만큼 새재는 언제부터인가 고개를 대표하는 상징적이 이름이 되어있었다. 새재를 넘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을지 모르지만 생소한 이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문경새재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리고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와 있었다. 고개가 높고 험해서 날아가는 새들도 힘들어 한다는 새재. 그래서 한자로 조령(鳥嶺)이라고 한다는 것도 아마 모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재의 본래 이름은 초점(草岾)이다. 고려사와 조선조 초기에 발행
여자의 일생~KBS 특집 말기 암 투병을 보며차승진 어린 두 딸의 젊은 엄마는출생의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삶의 두 갈래 길에 서 있다. 늙으신 부모님께 마음 착한젊은 딸이 말기 암 환자가되었다. 평생직장 교사의 직분도내려놓고 병마와 싸워야 하는어린 두 딸의 엄마! 슬픔보다 더 아픈 어린애들생각에 꿈 같은 현실이 잠깐의악몽이길 바라는지, 무엇이 젊은 그녀를 삶의벼랑 끝에 세워 놓았는지,깨우려 할수록 가라앉는 무력함, 눈뜨려 해도 눈뜰 수 없는...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는... 온전히 소멸된 육체의 빈집!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